직장 동료나 상사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비흡연 여성들의 혈중 발암물질 농도가 2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들의 간접 흡연 피해는 직장이 아닌 곳에서도 발암물질 증가율이 21%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흡연 경험이 없는 19세 이상 여성 1,490명을 대상으로 간접 흡연 노출 정도와 혈중 납, 카드뮴 농도와 연관성을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간접 흡연을 한 여성에서 독성이 강한 금속 물질인 카드뮴의 혈중 내 농도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 open) 온라인판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 교수팀은 하루 한 시간 이상 간접 흡연에 노출된 그룹(445명)과 간접 흡연에 노출되지 않는 그룹(1,045명)으로 나눠 카드뮴 농도를 분석한 결과, 하루 한 시간 이상 간접 흡연에 노출된 여성은 간접 흡연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여성보다 혈중 카드뮴 농도가 21% 더 높았다.
특히 직장에서 간접 흡연에 한 시간 이상 노출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혈중 카드뮴 농도가 25%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담배가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인 ‘부류연’은 간접 흡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부류연의 입자는 크기가 작고 독성 화학물질의 농도가 높아 폐 깊숙이 도달할 수 있어 건강에 치명적이다.
미국 공중위생국장 보고서(2014년)에 따르면 간접 흡연은 성인의 뇌졸중, 폐암, 관상동맥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귀질환, 호흡기병, 영아 돌연사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카드뮴은 일급 발암물질의 하나로 심혈관계 질환과 급ㆍ만성 콩팥병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또 칼슘 흡수를 방해해 골다공증과 골연화증 발생 위험을 늘리고, 가임기 여성의 기형아 출산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피부나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는 카드뮴 양이 극히 적은 것을 고려할 때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직접 흡연이나 간접 흡연으로 체내에 축적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흡연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과 같이 의사의 도움과 약물치료를 받으면 잘 관리할 수 있기에 늦기 전에 금연 치료를 받아 흡연자 본인은 물론 가족 건강까지 지키길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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