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전 직원 총출동…물에 빠진 경기 살렸다
롯데 자이언츠의 11-2 대승으로 끝난 12일 부산 사직구장 한화 이글스전 승리의 숨은 공신은 따로 있었다.
이날 경기는 비 때문에 경기 시작 시간이 32분 늦춰지더니 롯데가 8-0으로 크게 앞선 3회말 2사부터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비는 20분 가까이 세차게 내렸고, 방수포를 덮은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주변을 제외하고 내야는 그야말로 물바다가 됐다.
롯데로서는 지난해의 악몽이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롯데는 작년 7월 2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선발 장원준이 3이닝 1실점으로 순항한 가운데 9-1로 크게 앞서갔다.
그러나 갑자기 내린 비와 거센 바람으로 경기는 노게임이 됐다. 이후 롯데는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반대로 LG는 분위기를 타고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포스트 시즌 마지막 티켓을 둘러싼 싸움이 한창이었고, 1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승리를 야속한 비 때문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더군다나 5위 싸움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한화와의 일전이었다. 롯데로서는 도저히 놓칠 수 없는 경기였다.
그런데 거짓말 같이 경기 중단 30분 후인 오후 7시 14분부터 빗줄기는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방수포는 걷어졌고, 이때부터 경기를 재개하기 위한 롯데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됐다.
내야에 흥건히 고인 물을 빼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원이 총동원됐다.
구장 경호직원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던 직원들도 바지를 무릎 위로 걷어올리고 그라운드에 뛰어들었다.
롯데의 외국인 선수 통역뿐만 아니라 백업 포수들까지 참여해 관중들의 힘찬 응원 속에 물빼기에 돌입했다. 수해 복구를 위한 노력도 이보다 눈물겹지는 않았다. 그 사이 먹구름은 사직구장을 유유히 지나갔다.
헌신적인 물빼기에 이어 내야에는 마른 흙이 덮였다. 결국, 경기는 경기 중단 1시간 2분 만인 오후 7시 46분부터 재개될 수 있었다.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한편에서 열심히 몸을 푼 롯데 선수들은 점수 차를 더 벌려 11-2 대승을 선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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