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1ㆍ여)씨는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한 로드숍(길거리 매장)에서 원피스를 구매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왼쪽 어깨 끈에 실밥 처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이틀 뒤 환불을 요구했지만 매장 측이 “하자 상품은 환불 대신 교환만 할 수 있다”는 내부규정을 들며 거부한 것이다. 김씨는 별 수 없이 원피스를 교환하려 했지만 당시 매장에는 구매한 제품과 같은 원피스가 남아 있지 않았다. 매장 직원은 김씨에게 “일주일 후 같은 제품이 입고되니 그때 다시 와서 새 제품을 찾아가라”고 말했다. 김씨는 11일 “직원에게 ‘여름 휴가 때 입기 위해 산 옷이라 일주일 후 새 옷을 받아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소비자 변심이 아닌 상품 하자 때문에 환불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할 내부규정이 있다는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여성의류 전문 로드숍 사이에 ‘환불 거절’등 부당한 내부규정을 만드는 일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행법상 불공정 약관 행위에 해당하지만, 해당 매장들은 주로 3만원 안팎의 저렴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내부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환불 거절 문구를 내걸고 영업 중인 노원구의 한 매장은 소비자가 법리적인 문제를 따져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0일 이 매장을 찾은 박모(28ㆍ여)씨는 “밑단 실밥이 터진 치마의 환불을 매장 측이 거절해 법리적인 문제를 따졌지만, 오히려 ‘그럼 법으로 해결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며 “2만원짜리 치마를 환불 받겠다고 소송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억울해도 환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해당 매장 측은 “로드숍은 매출이 매일 쌓여야 유지되는 시스템이라 매장이 생긴 5년 전부터 ‘교환 가능ㆍ환불 거절’이 내부규정이었다”며 “대신 같은 제품으로 교환을 해주는 만큼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로드숍의 부당한 내부규정을 개선하려면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의류 분쟁은 99건에 불과했다”며 “불공정 약관 행위는 소비자 개인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의류 상업 전반의 생태계를 흔드는 일인만큼, 환불을 거절 당하면 아무리 소액이라도 소비자원에 중재 신청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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