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로 부(富)의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증여세를 깎아주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청년층을 돕겠다는 취지라지만 결국 고소득 계층에만 해당되는 것이어서 ‘부자 감세’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1일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에서 “고령화 진전으로 구조적인 소비 부진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로의 부의 이전이 필요하다”면서 “변칙적 증여를 방지하는 한편, 세대간 부의 이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증여세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실업 등 청년층의 암울한 현실을 고려해 증여세 감면을 통해 고령층(부모)의 자산을 청년층에 원활히 흘러 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또 상대적으로 소비를 덜 하는 고령층의 자산이 소비를 더 하는 청년층으로 이전되면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증여세 감면은 자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혜택을 커지는 구조라 ‘금수저’ 대물림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실제로 기재부는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녀나 손자에 대한 주택구입ㆍ전세자금 증여 등에 대해 한시적으로 세금을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부자 감세 논란을 우려해 막판에 제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장기 과제인 만큼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를 완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는 2007년 토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비사업용 토지를 2년 이상 보유한 개인은 기본세율(6~38%)에 추가세율 10%포인트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올해 말 과세 유예기간이 끝나면 내년부터는 개인과 중소기업 보유 비사업용 토지는 16~48%세율(기본세율 6~38%)로 과세되는데, 중장기적으로는 중과 규정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는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상장주식 등 자본 이득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고 펀드에 대한 과세체계도 개편할 예정이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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