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국감 때와 달리 野 참석
"빼든 칼 단호하지 못할 때 법 실추"
鄭장관 저서 인용하며 맹공
與 "당 의원 연찬회서 발언" 엄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를 놓고 여야가 또 정면충돌했다. 야당 의원들이 전날 행정자치부 국감 때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퇴장한 것과는 달리 자리를 지키면서 ‘반쪽 국감’은 면했지만 정 장관 발언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여야간 공방은 한층 가열됐다.
야당의 포문은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열었다. 그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관례에 따라 인사말을 마친 뒤 국감장에서 퇴장하려는 이인복 중앙선관위원장에게 7일로 예정됐던 정 장관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선관위의 조사결과 발표가 14일로 미뤄진 이유를 따졌다. 이 위원장은 “선관위원들이 조사와 연구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해서 날짜를 조정했다”고 설명한 뒤에야 회의장을 나설 수 있었다.
이어 선관위를 상대로 한 야당 의원들의 압박이 이어졌다. 임수경 새정치연합 의원은 김용희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빼든 칼이 단호하지 못할 때 법의 권위가 실추된다’는 정 장관의 저서 내용을 인용한 뒤 “지금 정 장관의 행보와는 정반대 내용인데 이는 선관위가 새겨들어야 한다”며 “공정하고 엄정하게 판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의원은 “선관위가 유독 여당의 선거법 위반 논란에 대해선 ‘솜방망’이 대처에 그쳤다”며 몇몇 사례를 제시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2010년 4월 당시 특임장관이던 주호영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대구 수성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했지만, 선관위는 가장 낮은 처분인 ‘공명선거 협조요청’ 공문 발송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3월에는 당시 새누리당 출신 허남식 부산시장이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 구청장 후보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를 한 것이 논라이 됐지만, 선관위는 ‘선거법 준수 촉구’ 공문을 보내는데 그쳤다.
김용희 사무총장은 정 장관 발언 논란에 대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법 위반 여부는 (선관위원) 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비켜갔다.
반면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정 장관의 건배사 당시 상황에 대해 “의원들의 강력한 요청을 받고 건배사를 한 것이고 다른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건배사를 한 것”이라며 “전혀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철우 의원은 “선관위가 야당의 압박에 넘어가진 않겠지만 잘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거들었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25일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 만찬 도중 건배사로 “총선 필승”을 외쳐 선거 중립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는 이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오는 14일 발표할 예정인데, 새정치연합은 같은 날 정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