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혜택 등 열악한 환경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비결 '마을 효과'
일상이 가족·이웃들과 빵 굽고 수다
100세 노인이 말하는 오래 사는 이유
"모두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섬은 장수촌으로 유명하다. 주민들은 의료 혜택조차 열악한 환경에서 거칠고 힘들게 살지만 다른 지역 사람보다 20~30년 이상 장수하며, 100세 이상 노인 숫자는 지구의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여섯 배 이상 많다. 그 비결이 뭘까.
‘빌리지 이펙트’를 쓴 발달심리학자 수전 핀커는 일상 생활에서 가족이나 이웃과 얼굴을 마주하는 ‘친밀한 접촉’에서 답을 찾는다. 그 바탕에는 끈끈한 가족애와 공동체 정신이 있다. 사르데냐 사람들은 주말마다 이웃 친지들과 함께 모여 빵을 굽고, 광장에 모여 수다를 떤다. 나이든 어른을 모시는 것을 의무가 아닌 기쁨으로 여기고, 자녀들은 성장한 뒤에도 가족과 친지들 가까이 살면서 깊은 정을 나눈다. 덕분에 노인은 행복하게 장수한다. 바로 ‘빌리지 이펙트’ 곧 ‘마을 효과’다. 오래 사는 기분을 묻자 100세 테레사 할머니가 들려준 대답에서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모두 하느님 뜻”이라고 이웃 주민이 끼어들자 할머니는 “아니, 그건 사람들이 모두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야”라고 바로잡았다.
“인간은 사회라는 옷을 입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아마도 추위와 가난을 느끼게 될 것이다.” 미국 사상가 겸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한 이 말을 요즘 세상으로 옮겨보자. 디지털 네트워크를 타고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로 촘촘히 연결된 지금, 우리는 덜 춥고 덜 가난한가. 페이스북 친구가 많으면 더 행복한가.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디지털 접속이 증가하는 만큼 얕고 넓은 소통의 한계가 뚜렷하다. 더 깊고 풍요로운 인간 관계를 위해서는 얼굴을 마주하며 깊이 교류하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긴밀한 사회적 유대가 건강, 장수, 행복, 인지능력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신 연구 성과와 사례를 동원해 차근차근 짚어간다. 식탁에서 식구들과 농담을 주고 받거나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 행복을 일구는 요소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사회적 유대관계는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인지 능력, 질병에 대한 면역력까지 영향을 미친다. 수많은 증례가 있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사회적 접촉을 즐기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다.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외토리보다 평균 수명이 15년 이상 길다. 가볍게 끌어안고 토닥여주는 것만으로도 신체 면역력이 올라간다. 여성 유방암 환자의 경우 친구를 많이 만나는 사람의 완치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네 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왜 그런지는 신경생리학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긍정적인 사회적 접촉이 일어나면 인체는 일종의 마약 성분을 만들어낸다. 이 성분은 진통제 역할을 하며, 때로는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같은 호르몬으로 바뀌어 스트레스 요인을 약화시킨다. 반면 고립되어 지내는 사람은 병에 잘 걸리고 암 사망률도 높다는 보고가 있다. 저자는 사회적 접촉을 꺼리는 내향적 사람에게도 사회 생활은 ‘예방 주사’역할을 할 수 있다며, 매일 운동을 하듯 사회적 접촉을 유지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라고 조언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가족, 친구, 이웃과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라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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