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장롱 살인사건’은 연인의 변심을 의심한 데이트 폭력에서 시작해 살인까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3일 여자친구인 A(46)씨의 변심을 의심해 뒤통수를 둔기로 내려치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강모(46)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년 전쯤 중학교 동창회에서 A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한 강씨는 최근 들어 A씨가 자신 모르게 술을 마시러 다닌다는 등의 이유로 A씨가 다른 남성을 만나고 있다고 의심했다. 범행을 결심한 강씨는 지난 3일 둔기와 플라스틱 끈 등을 구입해 오후 7시쯤 A씨의 집에 숨어 들어갔다. 50여분간 A씨를 기다리던 강씨는 귀가하는 A씨의 뒤통수를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처음엔 머리를 가격해 기절시킨 뒤 몸을 결박해 바람을 피웠는지 추궁하려고 했을 뿐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며 “하지만 피해자가 둔기에 머리 뒷부분을 맞은 뒤 소리를 지르며 저항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강씨는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A씨의 옷을 벗기고 화장실에서 출혈자국을 물로 씻어 없앤 뒤 플라스틱 끈으로 팔을 묶어 장롱 속에 숨겨두고 오후 11시쯤 집을 떠났다. 또 무직 상태였던 강씨는 A씨의 카드를 훔쳐 1,100만원을 인출한 뒤 이 돈을 도박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A씨를 만나기 전 두 번 결혼 했지만 폭력 등의 문제로 이혼했고, A씨와 교제하는 과정에서도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며 “폭력 전과도 한 차례 있다”고 밝혔다. 범행 후 따로 준비한 옷으로 갈아 입는 등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 애쓰던 강씨는 사우나와 게임장 등을 전전하다 지난 8일 집 근처인 경기 고양시 한 공원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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