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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상필’ 의원을 현실정치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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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상필’ 의원을 현실정치에서 보고 싶다

입력
2015.09.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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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을 하다 보니, 현실 정치판의 내막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풍자도 가미한 KBS 드라마 ‘어셈블리(assembly)’를 즐겨볼 때가 많다. 어셈블리는 정치의 본산이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배경으로 한 휴먼 정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인물은 ‘진상필’(정재영 분) 의원이다. 진상필은 싸움과 폭로가 일상이 돼버린 여의도 정치권에선 좀체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다. 어셈블리의 국민진상 진상필은 과연 존재하기 어려운 인물일까.

사회의 모든 영역에는 이상과 현실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어느 영역에서든 두 가지를 모두 갖추면 완벽하겠지만, 사실상 그런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사의 총체적 반영이자 복잡 난해한 이해관계에 따라 전개되는 정치라는 영역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모든 분야에서 이론과 현실에는 반드시 동질성과 이질성이 공존하게 되는데, 정치라는 분야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어셈블리의 주인공 진상필 의원은 조선소 용접공으로 일하다 해고된 인물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의 조직부장 출신이다. 대개의 ‘의원님’들 경력과는 판이한 셈이다. 그는 운명의 장난인지 ‘경제시’ 보궐선거에서 정치권의 고도의 전략이 작동하면서 얼떨결에 금배지를 달게 된다.

진상필의 대척점에는 ‘백도현’(장현성 분) 의원이 있다. 그는 최고의 학벌과 스펙을 기반으로 젊은 나이에 여당 사무총장에까지 올랐으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굳건히 다진 정치인이다. 자신의 철저하고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 따라 해고 노동자 출신인 진상필에게 금배지를 부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적 야망을 위해 진상필을 여당 국회의원으로 영입했지만, 권모술수보다는 ‘진짜’ 정치를 꿈꾸는 진상필 때문에 정치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와 정치 구도는 허구의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 단언컨대, 현실 정치에서는 철저한 계산과 고도의 전략만이 존재한다. 국민들에게 힘을 주는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착한’ 정치인은 바보가 되고, 실리적 감각과 철저한 정치적 계산에 밝은 사람만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현실 정치에서 어셈블리의 진상필 의원과 백도현 사무총장 두 사람 중, 다음 선거에 다시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쪽일까. 정답은 불 보듯이 뻔하다. 진상필 의원처럼 당과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 경우 결코 공천을 받지 못하는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아무리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는 의지가 강하더라도 4년 뒤 공천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어느 정치인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무시한 채 온전히 국민을 대변하려 하겠는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이처럼 정치의 영역에서 이상과 현실을 좁히기는 쉽지 않지만, 어찌 보면 변함없는 이상을 추구할 때 현실도 조금씩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이상도 없이 현실만을 직시하며 안주하는 것은 비단 정치뿐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도 긍정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유형의 것을 믿는 것이 상식이라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즉 무형의 가치를 믿는 것이 믿음이다. 그러한 믿음이 있어야 정치도 역사도 발전하는 법이다.

우리가 아무리 현실 정치를 비판하고 외면하더라도, 시민 개개인의 삶을 바꾸는 것은 결국 정치의 힘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일말의 희망까지도 져버릴 때 사회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더욱 더 피폐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만 보면 국민들 가슴은 답답해진다. 국내 정치권에는 진상필 같은 의원이 존재하기 힘든 게 분명한 현실이다. 어찌 보면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이상적 갈망을 캐릭터로 표현한 인물이 진상필 의원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인들에게 어셈블리의 다음 대사를 전하고 싶다. “국민이 보고 있습니다.”

김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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