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5월 이승만의 종신집권 길을 연 사사오입(四捨五入)개헌 파동은 한국의 정치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산물의 하나가 다음해 9월18일의 민주당 창당이다. 위헌적 개헌에 반발해 자유당을 탈당한 장면 오위영 등과 야당의 신익희 조병옥 윤보선, 무소속 곽상훈 박순천 등이 주축 멤버가 됐다. 민주당은 이후 숱한 정치격변 속에 분열과 통합을 거듭하며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우리 정치사에 손꼽히는 라이벌 김영삼(YS) 김대중(DJ)은 그 과정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며 정치 거목으로 성장했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신들의 기원을 그 민주당에서 찾고 오는 18일 창당 6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른다고 한다. 사진영상전,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고,‘국민과 함께, 민주 60’문구를 넣은 기념 엠블럼도 만들었다. 제1야당이 갑자기 대대적인 뿌리 찾기에 나선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통성을 강화함으로써 당 혁신작업 와중에 가시화하고 있는 분열 움직임을 막고 통합과 단합의 중심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일종의‘민주 공정’이라고나 할까.
▦ 하지만 60주년 기념행사를 둘러싸고 잡음도 적지 않다. 9일에는 기념현수막에 들어간 사진이 논란이 됐다. 동지였다가 다른 길을 간 YS를 포함시킨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의 사진이 중심에 배치되고 DJ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은 각각 좌ㆍ우 하단 구석으로 밀려난 게 문제였다. 당 밖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다른 의미로 “역사 왜곡”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YS 상도동계 일원으로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던 그로서는 야당의 민주화 정통성 독점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요즘 그가 지나치게 나간 보수성향 목소리를 높이는 걸 봐서는 좀 생경해 보이는 반발이긴 하다.
▦ 야당의 창당 60주년 기념식 이벤트가 당 안팎의 거센 원심력을 제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명분과 취지가 좋아도 자신을 소외시키면 반대하는 게 정치판의 생리이다.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혁신안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 정치사에서 확인된 교훈 중의 하나는 분열하면 망하고 뭉치면 산다는 평범한 이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과연‘민주 60’역사에서 무슨 교훈을 얻고 싶은가.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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