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청구권 자금, 피해자엔 왜 안 주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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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청구권 자금, 피해자엔 왜 안 주나" 울분

입력
2015.09.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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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유족·생존자 3명

'한국정부 책임' 日판결 근거로 낸

3억원 반환 청구소송서 기각당해

법원 "국가 경제발전 사용은 합법"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절대 불복합니다!”

10일 오전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561호 법정. 민사합의31부(부장 오영준)가 ‘원고 청구 기각’을 판결하자 방청석을 메운 노인 20여명 사이에서 고성과 탄식이 터져 나왔다. 법정 안 방호원들도 울분에 차 절규하는 노인들을 쉽게 제지하지 못했다.

아침 일찍부터 법정을 찾은 이들은 아시아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과 피해 생존자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쓴 대일청구권 자금 중 무상원조 3억달러를 피해자에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원고로 참여한 김종대 군인징병 국외희생자 유족대표와 김정임 군인징병 희생자 유족대표, 선태수 해군군속 생환 생존자 대표 등 3명에게 각각 1억원씩을 지급하라는 요구였다.

이번 소송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일본정부가 한국정부에 피해보상금으로 무상원조를 줬으니 일본정부가 아닌 한국정부가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2001년 일본 도쿄지방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했다. 일본은 한국정부에 무상원조 3억달러를 포함, 재정차관 2억달러와 민간 상업차관 3억달러 등 총 8억달러를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먼저 일본 판결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의 일본 판결이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일본 판결을 그대로 승인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가 일본과 청구권 협정을 체결한 것만으로 김씨 등이 가진 일본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배상책임이 한일 협정으로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국가가 한일협정으로 일본에서 받은 자금을 경제발전 사업 등에 사용하고 피해자들에게는 지급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가 법률에 따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사업에 자금을 사용한 것은 법에 근거한 것인 만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을 만들어야 할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향후 예산 확보 등 제반 조건이 충족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국회의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앞서 일본 현지에서 소송을 진행했으나, 일본 사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은 소멸됐다’는 취지로 줄줄이 패소 판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장소를 국내 법원으로 옮겨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왔다. 이날 소송을 낸 유족과 생존자들은 “일본과 우리 정부가 핑퐁게임 하듯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 이제는 어디에 가 하소연 해야 하느냐”며 법정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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