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축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영업구역을 확대하는 경우 인가를 해주지 않기로 했다.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으로 자리잡는 것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인데, 영업구역 제한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정책을 1년 만에 뒤집은 것이란 점에서 저축은행 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개혁회의 심의를 거쳐 ‘민간서민금융회사 역할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확대 제한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합병 인가를 불허하고, 영업구역 외 지점설치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부실저축은행 인수 후 합병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본점이 위치한 시도단위별 지역에서 전체 여신의 50% 이상을 제공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업체를 합병할 경우 피합병 업체의 영업구역도 편입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소매금융에 치중해온 저축은행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영업망을 확대해왔다. 자산 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구 현대스위스1·2·3·4저축은행)의 경우 작년 10월 합병을 통해 전체 6개 영업구역 중 5곳에서 영업이 가능해졌다. 두 저축은행이 합병된 OK저축은행도 사실상 전국 단위 영업망을 갖춘 상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영업구역이 3개 이상인 저축은행은 6개, 2개 이상인 곳은 16개다. 이런 식의 전국구 영업망 구축이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로 이어졌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확대를 적극 추진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작년 9월 ‘저축은행의 관계형금융 활성화 방안’을 통해 저축은행 고객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점포 설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을 핵심 대책으로 내놨다. 영업구역 외에도 출장소 등 점포 설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점포 설치 규제가 없는 은행·상호금융 등 타업권과의 규제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이 제도들은 법 개정이 지연되며 시행조차 되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년 전에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영업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 사이 저축은행들의 외형확대가 가속화되면서 과거 부실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정책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원하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불가피한데, 이렇게 되면 업계의 M&A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영업구역 내 대출비중이 높은 경우 증자 요건을 완화해주고, 중금리 대출 실적이 우수한 저축은행에 대해 부대업무를 우선 승인해 주는 등 지역과 서민금융 지원에 적극적인 금융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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