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조각가 우고 론디노네

키 평균 3.6m, 몸무게 2.5톤의 거대한 석상 다섯 개가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 전시장에 섰다. 볼리비아의 티아우아나코 석상이나 이스터 섬의 모아이를 떠올리게 한다. 가까이 보면 4,5개의 블루스톤(청회색 사암)을 채 다듬지 않고 인간 모양으로 쌓아 올린 것이다. 마치 자연이 만든 기암괴석 같다.
석상 작품을 내놓은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51)는 5개 석상에 각각 ‘충실한’ ‘호기심 많은’ ‘관찰하는’ ‘시끄러운’ ‘변칙적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간의 감정이나 내면을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론디노네는 “조각 이름을 인간의 감정으로 한 것은 사람들이 내 조각에 직접 의미를 부여하길 바랐기 때문”이라 했다.
론디노네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문명의 모습이 충만한 도심에서 가장 원초적인 자연 경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그는 가능한 한 원래의 돌에 손을 대지 않고 작품을 만든다. 뉴욕주 일대의 큰 바위 중 적절한 모양을 골라 쌓아올린 후 철골로 바위 사이를 연결한다. 정밀한 솜씨를 자랑하는 시대에 론디노네는 시간을 거꾸로 달리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뉴미디어 작품이 유행할 때도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는 그는 인간 이성을 초월하는 위대하고 무한한 자연을 그려내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론디노네는 지금까지 89개의 청석 석상을 만들었다. 이 연작의 시작은 2013년 4월 뉴욕 록펠러센터 GE빌딩 앞에 전시한 9개의 돌조각들이다. 그는 “인간의 도시 문명이 최고로 발달한 장소에서 가장 자연적인 구조물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스톤헨지를 떠올리는 조각을 만들었다. 전시장에는 석상 5개 외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흰색 나무 ‘여름 달’이 전시 중이다. 10월 11일까지. (02)3210-9885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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