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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왜건-SUV ‘동거’, 무모한 도전? 탁월한 전략?

입력
2015.09.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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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 볼보의 아직은 비주류 차 ‘크로스 컨트리’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 전면입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허니컴 형태인게 다른 모델과 크로스 컨트리의 차이입니다.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 전면입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허니컴 형태인게 다른 모델과 크로스 컨트리의 차이입니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볼보(VOLVO)는 수입차 개방 초기만 해도 도로에서 꽤 많이 보였습니다. 튼튼하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디자인이 투박하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볼보는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매각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국내에서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강자들에 밀려 비주류이지만 북유럽 특유의 실용성과 안전성은 여전합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는 볼보가 지난 8일 ‘V60 크로스 컨트리’(V60 CC)를 출시했습니다. 왜건(Wagon)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 컨트리는 글로벌 업계에서 볼보가 처음 시도한 차급입니다. 볼보 측은 “도로와 오프로드 등 모든 길에서 전천후 운전이 가능한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출했다”고 자평합니다.

왜건 V60이 기반인 V60 CC는 왜건 모델보다 지상고(지면에서 차 바닥까지 높이)가 65㎜ 높습니다. 옆에서 보면 왜건 느낌이 강한데 뒷태는 SUV 냄새가 풍겼습니다. XC60 등 볼보 SUV에 들어가는 갈매기 형태 리어램프(볼보는 L자형 램프라고 부릅니다)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볼보 차는 안전을 위해 시동이 꺼져도 트렁크를 열면 리어램프에 불이 들어옵니다. 상하로 길게 뽑은 SUV 리어램프는 뒷차 운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기능적으로 디자인했습니다.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 후면은 SUV 느낌이 강합니다.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 후면은 SUV 느낌이 강합니다.

3일간 미디어 및 고객 시승회를 마련한 볼보는 이날 임시번호판을 단 크로스 컨트리 V60 새차들을 경기 가평군 유명산으로 인도했습니다. 레저용 4륜 오토바이(ATV)가 달리는 산 중턱의 오프로드였습니다. 서스펜션에 대한 볼보의 자신감입니다. 수입차 중 오프로드에서 시승을 여는 브랜드는 랜드로버 정도입니다. 차가 상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행여나 주저 앉기라도 한다면 업체 입장에서 참 난감할 겁니다. (이날 디젤 모델 D4 시승차 한대가 도로에서 퍼져 실려갔는데, 오프로드가 아니라서 별개로 치겠습니다.)

V60 CC의 오프로드 주행은 크로스 컨트리라는 모델 명에 썩 잘 어울렸습니다. 급경사가 이어졌고, 흙먼지가 피어 오르며 자갈이 마구 튀는 험난한 산길이었지만 적당한 서스펜션의 강성이 지면과 간격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차체를 잡아줬습니다. 8단 자동변속기까지 더해지니 몸이 들썩거리다며 지붕에 머리가 닿는 일도 없었습니다. 전륜의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과 후륜의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조화가 그럴듯하게 이뤄진 듯합니다.

역시 2륜 구동인 D4보다는 사륜구동인 D4 AWD의 진가가 오프로드에서 빛났습니다. 2륜 때보다 속도를 더 높였지만 차체는 물론 심적으로도 부담이 훨씬 덜 했습니다. 사륜구동은 핸들이 좀 무거운 느낌이었지만 운전자 심리에도 상당한 안정감을 줍니다. 사륜구동에만 적용된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도 내리막길에서 유용했습니다. 이 장치는 1단 기어 상태에서 가속과 제동을 자동으로 조절해 전진 속도를 시속 10㎞로 유지합니다.

그래도 오프로드 중 노면 굴곡이 심한 곳에서 앞 범퍼가 땅에 스쳤습니다. SUV보다 무게 중심을 낮춰 안정감이 높지만 지상고가 SUV보다 낮습니다.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가 흙먼지를 폴폴 날리며 오프로드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가 흙먼지를 폴폴 날리며 오프로드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출시된 V60 CC는 2.0 디젤인 D4와 2.4 디젤 D4 AWD, 2.5 가솔린 T5 AWD 모델입니다. 연비는 인증을 받는 중이지만 D4로 오프로드 2.4㎞와 국도 30㎞를 달린 뒤 트립컴퓨터로 측정한 연비는 7.2ℓ/100㎞, 우리 식으로 환산하면 ℓ당 약 13.9㎞입니다.

볼보가 올해 1월 먼저 출시한 V40 크로스 컨트리의 국내 복합연비가 16.4㎞/ℓ인 것을 감안하면 V60 CC는 이보다 조금 낮을 것 같습니다. 엔진과 변속기가 같지만 차체는 V40 CC보다 V60 CC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볼보 V40 크로스 컨트리입니다. V60에 비해 체구가 좀작습니다. 볼보자동차 제공
볼보 V40 크로스 컨트리입니다. V60에 비해 체구가 좀작습니다. 볼보자동차 제공

왜건이 토대인 만큼 V60 CC는 널찍한 트렁크를 비롯해 여유로운 내부 공간을 가졌습니다. 실내 느낌은 고급스럽지는 않아도 깔끔하고 단정합니다. 다만 다른 볼보 차들이 그렇듯 센터페시아에 오밀조밀 몰려있는 각종 버튼은 답답한 느낌입니다.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게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의 단순하면서 실용적인 운전석입니다.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의 단순하면서 실용적인 운전석입니다.

볼보는 지난해 국내에서 2,97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684대를 팔아 역대 최대 연간 실적이 예상됩니다. 물론 아직 판매 볼륨이 독일차에 비해서는 적지만 괄목할만한 성장세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볼보가 선택한 승부수가 틈새차종인 크로스 컨트리입니다. V40 CC와 V60 CC에 이어 다음달에는 주력 모델 S60도 크로스 컨트리(S60 CC)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볼보는 SUV 열풍이 크로스 컨트리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얹은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가 오프로드에 전시돼 있습니다.
자전거를 얹은 볼보 V60 크로스 컨트리가 오프로드에 전시돼 있습니다.

크로스 컨트리의 출발점인 왜건은 그야말로 국내에서 비주류입니다. 우리나라를 ‘왜건의 무덤’이라 부르죠. 많은 모델을 들여온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에야 첫 왜건 ‘C220d 에스테이트’를 조심스럽게 내놓을 정도로 시장성을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크로스 컨트리의 첫 주자 V40 CC의 판매량도 아직 100대 미만입니다. V60 CC는 가격이 D4 5,220만원, D4 AWD와 T5 AWD 5,550만원으로 수입차 중 싼 편도 아닙니다. 그래도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성공을 자신합니다. “왜건이 강세인 유럽에서 매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왜건은 인기가 없고 SUV를 선호하는 국내에서 오히려 크로스 컨트리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모험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폭스바겐 골프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국내 해치백 시장을 뚫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차종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넘어야 할 산은 한 둘이 아니지만 크로스 컨트리가 가능성을 넘어 현실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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