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 같은 데를 지날 때마다 누군가를 미행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양쪽으로 지나가는 무리들 중에 어느 한 명을 콕 집어 하루 종일 따라 다녀보면 어떨까 싶어지는 건데, 물론 악의는 없다. 그래도 상대방이 눈치를 채면 별로 훈훈한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 거다. 상대가 여성일 경우엔 더 민망하다. 이편 사정을 구구절절 늘어놓아봤자 설득하기가 녹록치 않겠지. 사실, 특별히 설득할 만한 근거도 없다. 그저 막연한 충동일 뿐이니까. 대놓고 ‘흑심’이 있었던 건 아닐 수 있지만, 내가 상대 여성이더라도 곧이곧대로 믿지는 못할 거다. 소설가라면 혹 모른다. 익명의 누군가를 쫓아가서 그를 소스 삼아 소설 한편 쓸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일종의 직업적인 본능으로 이해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난 소설가가 아니다. 나 자신도 이게 무슨 충동인가 싶어 곰곰 따져본 적 있다. 단순히 일그러진 엿보기 심리라면 스스로 제어하고 다스려야 할 일일 테지만, 그런 충동을 느낄 때마다 묘하게 눈이 트이는 느낌이니 조금은 난감하다. 그럼에도 그게 나쁜 일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모르는 사람의 현재란 살면서 마주치는 가장 궁극의 미지일지 모른다. 거길 들여다보고 다시 나를 살폈을 때, 나 역시 잠깐이나마 미지의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믿어본다. 사람 하나의 심연을 나는 궁금해 하는 거라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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