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60도루 등 빠른발에도
타율에 발목 kt 오기까지 가시밭길
올 시즌 153안타 39도루 대활약
임시 주장까지 맡으며 팀서 존재감
후반기 눈부신 선전을 거듭하는 막내구단 kt 상승세의 주역은 여럿 있지만 군계일학을 꼽자면 단연 이대형(32)이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로 새 둥지를 튼 KIA에서 1년 만에 팀을 다시 옮긴 이대형은 조범현 감독을 미소 짓게 만드는 주인공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3년 LG에 입단한 이대형은 빠른 발 하나로 주목을 받았다. LG 이병규(등번호 9)는 당시 “우리 팀에 지칠 줄 모르고 뛰는 선수가 있다”며 기자들에게 이대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대형은 2007년부터 프로야구 첫 4년 연속 50도루, 2008년부터 3년 연속 60도루의 금자탑을 쌓으며 김일권-이종범-정수근-전준호의 계보를 잇는 대도(大盜)로 우뚝 섰다. 중견수 수비 범위 역시 광활했다. 하지만 빈약한 출루율과 타율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1루를 밟는 횟수만 늘리면 이종범의 한 시즌 최다 도루 신기록(84개)도 갈아치울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LG 출신의 이용규(KIA)에 앞서 국가대표 톱타자 재목감이었지만 발전 속도가 너무 더뎠다. LG 시절 2007년 딱 한번 3할(0.308)을 찍었던 이대형은 다시 2할 중ㆍ후반대의 평범한 타자로 돌아갔고, 점점 설 자리를 잃은 끝에 2013년 시즌을 마치고 FA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 타율 3할2푼3리의 역대 개인 최고 타율로 전환점을 찾았으나 또 한번 팀 사정상 ‘보호선수’ 지명을 받지 못하고 kt의 특별지명 선수로 이적했다.
절치부심한 이대형은 9일 현재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리, 153안타, 39도루, 82득점, 출루율 3할7푼6리로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153안타는 지난 시즌 149안타를 뛰어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안타이며 출루율 역시 지난해 기록한 3할7푼2리를 넘어섰다. 도루는 1개만 더 보태면 2010년(66개) 이후 5년 만에 40도루를 달성하고, 득점도 개인 최고 기록(2010년 92개)에 근접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말처럼 임시 주장 완장까지 차면서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더욱 진지해졌다는 게 조 감독의 칭찬이다. 조 감독은 “지금 나이면 후배들을 챙기면서 솔선수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대형은 “책임감을 갖되 마음 편하게, 부담 없이 야구하니 여러 모로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