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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은 새로운 무역 장벽… 우리 기술을 세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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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은 새로운 무역 장벽… 우리 기술을 세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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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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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색깔·컴퓨터 자판 배열 등

표준은 세상을 움직이는 기준

FTA로 국제표준 중요성 더 커져

ISO내 한국 영향력 세계 9위 수준

기업 참여율 더 높여야 수출 유리

14~18일 열리는 ‘2015 국제표준화기구(ISO) 서울총회’를 주최하는 국가기술표준원 제대식 원장은 “세계 시장 진출 위해선 표준 대응이 필수”라며 표준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음성=신상순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14~18일 열리는 ‘2015 국제표준화기구(ISO) 서울총회’를 주최하는 국가기술표준원 제대식 원장은 “세계 시장 진출 위해선 표준 대응이 필수”라며 표준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음성=신상순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모든 산업 현장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을 만드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핵심 인사들이 서울에 모인다. 14~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ISO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ISO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것은 1963년 가입 후 처음이다. 그만큼 국제 표준화 기구에서 우리의 위상이 향상 됐다는 뜻이다. 이 기간 전세게 표준화 단체와 기구들의 눈과 귀는 서울로 집중된다.

이번 총회를 주관하는 인물이 제대식(55) 국가기술표준원장이다. 그는 9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유무역협정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에 유리한 기술 표준을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표준은 층간소음 보상 기준에도 적용되는 만큼 일상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_표준이 왜 중요한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신호등에 따라 사람과 자동차가 움직이고 컴퓨터마다 같은 자판이 달려 있어 별다른 불편 없이 일상 생활을 하는 것은 모두 표준 덕분이다. 표준이 없었다면 나라마다 신호등이 제각각이고 컴퓨터 자판 배열도 제멋대로 였을 것이다. ISO와 각국 표준 기관들이 시간 측정, 신호등 색깔, 컴퓨터 자판 배열 등 곳곳에서 표준을 만들어 세상이 지금처럼 원활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_그렇다면 국제 표준을 정하는 ISO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의 ISO 국제표준 제안 건수가 2005년 22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늘었다. 일단 제안된 표준안은 채택률이 70~80%로 높은 편이다. ISO 산하 주요 위원회 임원을 맡은 한국인 수도 2007년 49명에서 올해 103명으로 증가했다. 표준 제안 건수와 임원 수, 분담금 규모, 회의 참여율 등을 종합하면 우리나라는 ISO 162개국 가운데 9위다. 우리보다 ISO에서 위상이 높은 국가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6개국인데 이들이 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_상임이사국과 우리나라의 표준 활동에 차이가 많은가.

“가장 큰 차이는 기업 참여율이다. 지난해 국제표준 관련 회의에 참석한 우리나라 전문가 1,417명 중 기업인은 21%인 303명에 불과했다. 표준 선진국들은 기업인 비율이 70%에 이를 만큼 관심들이 많다. ISO 한국인 임원 103명 중 기업인은 11명 뿐이다.”

_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참여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기업들이 정부에서 만들어준 표준(KS)에 맞춰 제품을 만드는 일에 익숙하다. 표준 선진국들은 우리와 반대로 민간 기업들이 먼저 표준을 만들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후 기업들이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면서 민간에서 표준을 만들기 시작했고 일부를 정부에서 국가 표준으로 제정하는 식으로 발전했다.”

_기업 입장에서는 표준화 작업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그러니 관심을 덜 갖게 되는 것 아닌가.

“자유무역협정(FTA)의 가속화로 관세가 의미 없어졌다. 대신 많은 나라가 자국에 유리한 국내표준을 만들거나 자국의 표준을 국제표준에 채택시키는 방식으로 타국의 기술이나 제품 진입을 방해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표준이 새로운 기술규제이면서 비관세장벽이 됐다. 치열한 세계 무역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리에게 불리한 외국 표준을 개선하거나 우리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_그렇다면 국가 차원에서 대비책이 필요해 보이는데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외국 규제가 국제표준을 따르지 않거나 우리 기업에게 부담을 줄 때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대응 활동을 하고 있다. 휴대폰과 노트북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를 우리나라는 코발트망간, 망간산화물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드는데 최근 중국이 자국에서 많이 나는 인산철로 소재를 한정해 리튬이온전지 표준을 제정했다. 우리 기업의 중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게 됐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표원은 관련 기업, 협회와 함께 중국 측에 표준 개선을 요청했다. 현재 진행 상황을 점검 중이다.”

_재원이나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 위주로 표준 활동이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산업계의 자발적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국가 표준인 KS 인증을 받으려면 최고경영자(CEO)가 의무적으로 표준 교육을 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2013년에 폐지되면서 CEO 들의 관심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들이 표준화 활동에 열심히 나서고 있다. 엘엠에스는 디스플레이의 성능을 눈이나 광학현미경으로 검사하는 방식을 표준화해 올해 초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싶으면 국표원과 한국표준협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_일반인들도 표준화 작업의 중요성을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층간소음 보상을 들 수 있다. KS에 따르면 4㎝ 높이에서 500g 물체를 떨어뜨렸을 때 아랫집 벽에서 70㎝, 바닥에서 50㎝ 떨어진 지점 4군데서 측정한 소리 평균이 58데시벨(dB)을 넘으면 보상해야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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