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대형화 추세 속 이미 부산항대교도 통과 못해
선석 길이도 한계, ‘텐더보트’ 활용 등 고민 필요
최근 화려하게 개장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이 크루즈 대형화 추세에 맞게 국제 선사 모항으로의 기능이 가능한지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
37년간의 ‘1부두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달 26일 북항 재개발 지구로 이전해 개장식을 연 터미널 신청사는 부산항만공사가 2,343억원을 들여 2012년 7월 착공, 3년여 만에 완공했지만 부산항대교의 높이가 낮아 초대형 선박이 접근을 못하는 등 시작부터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오는 11일 승선 정원이 6,405명인 16만7,000톤급 초대형 크루즈선 ‘퀀텀 오브 더 시즈’(이하 퀀텀호)가 다시 부산항을 찾는다. 퀀텀호는 앞서 지난달 29일 부산항에 입항했지만 부산항대교의 높이(다리 60m, 퀀텀호 62.25m) 등을 이유로 당시 개장을 앞둔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은 구경도 못했다.
10일 김동준 부경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아 승객점유율이 높은 세계 선사들의 크루즈 자료를 분석했다. 이들은 카니발(Carnival), 코스타 크루즈(Costa Cruises), 프린세스(Princess), 아이다(AIDA), 로얄캐리비안(Royal Caribbean), 셀러브러티(Celebrity) 등으로 지난해 승객점유율은 64.2%에 달한다.
크루즈 초대형화는 1998년부터 감지됐다. 1998년부터 2008년 사이 취항한 카니발 그랜드급은 선박 높이가 61.26m로, 무게는 10만9,000톤부터 11만3,000톤에 달한다. 이후 크루즈는 초대형화의 길을 걷는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건조된 로얄캐리비안의 보이저급 63m, 2003년 건조된 카니발의 코랄급 62m, 2006년~2008년 건조된 로얄캐리비안의 프리덤급은 63.7m, 2009년~2010년 건조된 오아시스급 72m 등이 있다.
높이로 인해 초대형 크루즈 통과를 무산시킨 부산항대교의 설계시점은 1998년. 이어 2006년 실시설계가 완료됐고 이듬해 승인을 받아 2007년 2월 착공에 들어갔다. 그 결과 부산항대교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크루즈의 높이는 60m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부산시의 설계시점과 크루즈 초대형화 시기가 미묘하게 맞물렸지만 결국 예측이 어긋났다.
그러나 한 선사 관계자는 “높이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선석에서 입ㆍ출항 수속까지 거리가 800여m나 돼 선사들이 이곳을 이용하길 꺼리고 있다”며 “현재로선 이곳에 정박을 요구하는 선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항만공사는 최근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선사 통로에 무빙워크를 설치를 결정했다.
선석길이가 초대형 크루즈에 비해 짧은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크루즈를 접안하려면 배의 길이보다 선석길이가 200~300m 정도 길어야 안정적으로 배를 정박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총 길이가 272.2m인 카니발 데스티니호로 가정하면 선석길이는 470~570m가 필요한데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2개의 선석은 각각 234m, 360m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과 교수는 “데스티니호의 경우 국제여객터미널 정박이 어려울 것 같다. 정박용 밧줄을 묶어야 하는데 배 앞뒤로 남는 길이는 각각 40여m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밧줄을 거의 직각으로 묶어 배를 고정하면 수직장력만 있고 수평장력은 없기 때문에 배를 고정하는 힘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현재 초대형 크루즈선의 국제여객터미널 모항 선정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기항지 역할에 대한 준비를 통해 초대형 크루즈 모항으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준 부경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크루즈 초대형화는 배가 클수록 운영비가 저렴해진다는 측면에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다면 지금은 선석 초대형화보다 텐더보트를 활용한 기항지 관광, 연계 관광상품 개발, 입항 수속에 걸리는 시간 단축 등 편의성 제고 등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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