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이후 부각된 한국의 새로운 외교 시도에 대해 미국 워싱턴 외교가는 일단 긍정 평가하면서도, 그런 움직임이 한미 동맹의 구심력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일부 사안에 데세하 유연하게 대응할 수는 있어도, 북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한ㆍ미ㆍ일 3각 협력 구상에는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또 한국의 새로운 외교정책이 미국 조야에서 호응을 얻을지 여부는 다음 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많은 실질적 합의를 도출해내는가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연구소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앨런 롬버그 석좌 연구위원으로부터 새로운 대미외교의 방향을 들어봤다. .
_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한국이 미국에서 벗어나 좀더 중국으로 다가서는 신호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외교 당국자도 언급했듯이 박 대통령의 방중은 1차 목적은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북한과의 협상을 효과적으로 풀어내는데 중국의 호응을 얻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한중일 3국 관계 증진에 큰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또 견고한 한미 관계를 감안하면, 이번 방중을 통해 한국이 중국에 기울어진 것으로 해석될 여지는 없다고 본다. 물론 워싱턴 일각에서는 방중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내가 보기에는 한미 관계에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_한국 정부는 박 대통령의 방중이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 김정은 정권에 대해 매우 싸늘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불쾌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전략적 관점에서 중국이 북한의 혼란과 붕괴를 원치 않는 것도 명백하다. 솔직히 말한다면,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원하지만, 당장 베이징이 새로운 정책이나 입장 변화를 선택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_외교 지형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미 외교는 어떻게 전개돼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과 미국, 두 나라는 수시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양국은 실제로 그럴 확실한 의도도 갖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실제로 어떻게 동맹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안보 분야를 넘어서 경제 분야에서도 적용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이득이 한국과 미국 양측에 모두에서 확인되고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_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대미 외교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뭘까.
“한국이 대북 안보라는 관점 이외에도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 강화하는 것은 자연스런 행보로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서울의 외교 당국자들은 ‘그런 노력들이 한미 관계를 희생하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워싱턴에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10월 워싱턴 방문은 아주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라고 본다.”
_워싱턴 입장에서 한국이 바람직한 대일 외교방향은 뭘까.
“역사 문제에서 일본의 전향적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런 방식에 유보적이던 박 대통령이 최근 이런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면서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하게 만들고 싶다면 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바로 그렇게 사려 깊고 건설적인 외교 행보를 취해야 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앨런 롬버그 석좌 연구원은 스팀슨연구소 동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이기도 하다. 2000년 이 연구소에 합류하기 전에는 30년 넘게 미 국무부와 국가안보위원회(NSC)에서 동아시아 담당 전문가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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