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연지원 예산 11%나 줄여
건강보험 적자 메우는 데 사용
"국고 부담금을 기금에 떠넘겨"
담배가격 인상으로 늘어나는 수입을 금연 정책 확대에 쓰겠다던 정부 약속과 달리 내년 금연사업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늘어난 수입은 금연정책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된다. 건보재정은 누적흑자가 16조원에 달한다.
9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6년 예산안’에 따르면 복지부는 내년 국가금연지원사업 예산으로 올해(1,475억원)보다 160억원(10.9%) 줄어든 1,315억원을 편성했다. 사업별로는 전국 초 ㆍ중ㆍ고등학교에서 청소년 금연 예방 활동 등을 펼치는 학교흡연예방사업이 111억원 줄었고, 금연치료지원사업 47억원, 금연홍보사업이 25억원, 군인ㆍ의경 금연지원사업이 15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전국 1만1,000여개 초ㆍ중ㆍ고에 300만~700만원씩 지원하고 있는 학교흡연예방사업이 내년에는 75% 학교로 축소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금연사업 확대를 담배 값 인상의 명분으로 삼았다. 특히 청소년 흡연 예방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지만 오히려 1년 만에 뒷걸음질 쳤다.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1갑 당 354원이던 건강증진부담금이 841원으로 2.5배 가까이 뛰면서 정부는 내년 2조9,000억원의 부담금을 걷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담뱃값 인상 전인 지난해보다 1조4,000억원이나 늘어난 금액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수입의 대부분(1조 8,900억원)을 건강보험 재정에 보탤 예정이다.
매년 전체 건보료의 20%는 정부가 내도록 돼 있는데 정부는 국고(일반회계)와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이를 나눠 내왔다. 올해 7조원 규모인 건보지원금 중 국고에서 5조5,000억원,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1조5,000억원씩 나갔지만 정부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기금에서 3,700억원을 더 내고 이 만큼의 국고 지원을 축소할 계획이다.
1995년 만들어진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금연교육 및 광고 등 흡연자를 위한 건강관리사업, 건강생활의 지원사업, 보건교육 등에만 쓰도록 돼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위태로왔던 2002년부터 건강보험을 지원해왔고, 2005년부터는 보건의료산업육성 연구개발 사업 등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에 대부분 쓰여왔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 논란과 함께 이 기금이 원래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국민건강증진기금사업의 운영현황과 개선방안 연구’보고서(2013년)는 “기금 사용의 우선순위를 정해 목적에 맞지 않는 일반회계 성격 사업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배 값 인상 후에도 제도가 개선되지 않아, 내년 기금 예산(3조1,700억원) 중 정작 금연 사업에 사용되는 예산은 4.14%에 불과하다. 증가분 대부분이 여전히 다른 사업에 쓰이는 셈이다. 성창현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금연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부터 하는 것이 중요한데, 다른 사업들과 조정을 하다 보니 예산이 깎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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