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훈 쐐기골 레바논전 3-0 승리… 21세 프로 3년차에 대표팀 막내
라오스전서도 2골 무서운 성장세… 특유의 성실함 "축구 밖에 몰라"
A매치 5경기 만에 에이스로 반짝
권창훈(21ㆍ수원 삼성)이 슈틸리케호의 미래로 급부상했다. 프로 3년차, 대표팀 막내 권창훈은 9일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지역 예선 레바논과의 원정 경기에서 쐐기골을 터뜨렸고, 지난 3일 라오스전에서는 혼자 두 골을 책임졌다. 팀이 여유 있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골 문을 두드리는 권창훈의 존재는 지켜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그에게 처음 태극마크를 선사한 울리 슈틸리케(61ㆍ감독) 역시 권창훈의 슈팅이 레바논의 골 망을 갈랐을 때 누구보다 앞서 박수를 보냈다. 예단하긴 이르지만 권창훈은 확실히 슈틸리케호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A매치 5경기 만에 권창훈은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 등 쟁쟁한 유럽파들의 이름을 지웠다. 중원과 페널티박스를 오가는 그의 맹활약에 벌써부터 선배 고종수와 박지성의 이름이 그를 수식하기 시작했다.
축구 밖에 모르는 바보
“권창훈은 정말 축구 밖에 모른다.”
서정원(45) 수원 삼성 감독의 말이다. 이름을 막 알리기 시작한 젊은 프로 선수들이 자칫 그라운드 바깥의 유혹에 현혹돼 사그라진 경우는 많다. 하지만 서 감독은 권창훈에 대해 “절대 그럴 일이 없다”며 못을 박았다. 권창훈은 정말 축구 밖에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권창훈은 수원의 유스팀인 매탄고로 진학해 프로 데뷔의 꿈을 키웠다. U-20 대표팀에서도 18경기 6골을 넣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K리그 주니어 리그에서도 프로 입문을 위해 꾸준히 구슬땀을 흘렸다. 준비된 인재였고, 가장 이상적인 수순을 밟은 케이스다.
선배 김두현과 바통 터치
권창훈은 2013년 고교 졸업과 동시에 수원 삼성과 프로 계약을 맺었지만 첫 술에 배가 부를 만큼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다. 8경기 출전 중에 7경기가 교체 투입이었고, 득점은 ‘0’이었다. 두 번째 시즌인 2014년에는 출장 경기 수를 ‘20’으로 늘리긴 했으나 득점에 활발하게 가담하는 편은 아니었다. 두 시즌 동안 권창훈은 1골3도움의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데 그쳤다.
2년 동안 그의 성장을 돕던 베테랑 미드필더 김두현(33)이 올 시즌 성남FC로 이적하면서 권창훈은 김두현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 이 기회를 십분 살린 건 권창훈 자신이다. 개막전부터 선발 출전한 권창훈은 어느새 염기훈, 산토스와 함께 7골로 팀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슈틸리케호 승선, 화룡정점의 프로 3년차
권창훈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은 A매치 데뷔 이후다. 7월 동아시안컵 대표팀에 발탁된 뒤 권창훈은 K리그 클래식에서만 한달 새 올 시즌 7골의 절반이 넘는 4골을 몰아쳤다. 슈틸리케 감독마저 “권창훈은 대표팀 발탁 이후 몰라보게 성장했다”라고 칭찬할 정도다. 9월 A매치 두 경기에서 총 3골을 넣은 권창훈은 동아시안컵보다 배로 큰 자신감을 전리품으로 챙겼다. K리그 무대로 금의환향하는 셈이다. 더 성장한 권창훈은 K리그 클래식 나머지 11팀에게는 두려운 존재가 됐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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