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관에 파견된 인턴에게 대사 부인이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시키고 강압적인 발언을 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특히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현지 방문에 맞춘 관저 만찬행사 준비에 인턴을 동원했다 문제가 터져 논란이 더 커졌다.
9일 외교부에 따르면 주 파나마 한국대사관에 공공외교 현장실습원으로 파견된 A(24)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4시30분부터 9시까지 파나마시티 대사관저에서 만찬 준비를 위한 꽃꽂이를 도왔다. 당시 윤 장관이 한ㆍ파나마 외교장관회담 일정 등으로 현지를 방문, 19일 관저에서 만찬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17일 열린 대사관 직원회의에서 A씨에게 대사 부인 통역 및 꽃꽂이 업무를 맡기기로 결정해 본인의 동의도 받았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밤이 늦어져 교통편을 구하지 못한 A씨는 숙소로 돌아가지 못한 채 관저 빈 방에서 자야 했다. A씨는 또 1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과일 썰기 등 음식재료 준비, 요리 보조 업무를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대사 부인의 발언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20일 밤 외교부 등에 문제를 제기했고 외교부는 26일 감사반을 현지에 파견한 뒤 사안을 조사 중이다.
2013년부터 시행 중인 공공외교 현장실습원 제도로 선발된 대학생, 청년 등은 6개월씩 현지에 파견돼 한국 홍보행사, 문화행사, 정책공공외교 지원 등의 공공외교 업무를 맡게 된다. 체재비 월 110만원과 왕복항공료 50% 이상, 초과 수당, 특수지 수당 등을 받는다. 올해에는 51명이 선발돼 각 공관에 파견돼 있다. A씨도 지난 6월부터 파나마대사관에서 근무 중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 부인이 현장실습원의 신분이나 역할에 대해 명확한 인식이 없었던 것 같고 실습원은 업무 역할 범위를 꽃꽂이와 통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주방에서 보조 업무까지 했다”며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나 당사자가 꽃꽂이에 동의했다고 해도 현장실습원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다소 적절치 않다는 게 1차 판단”이라고 밝혔다. 대사 부인 발언 논란과 관련, 외교부는 “A씨도 대사 부인이 욕설 폭언을 했다고 한 건 아니고 만찬 준비 과정에서 명령조 반말과 신경질적 어투였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관저에서 자게 된 경위도 꽃꽂이 작업이 늦어지면서 밤이 됐고 현지 치안 사정과 대사관 행사 때문에 차량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는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내부 검토 및 보완조사를 거쳐 대사관 관계자 등에게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사 부인의 경우 (私人)이기 때문에 징계 조치를 할 근거는 없다는 게 외교부 입장이다. 다만 재외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대사는 가족의 언행이나 품위 유지에 대해 각별히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어 저촉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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