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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눈치 보랴, 규제 따르랴… 복합점포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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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눈치 보랴, 규제 따르랴… 복합점포 개점휴업

입력
2015.09.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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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은행·증권 창구 고객에

보험상품 소개·권유 금지하고

보험은 공동상담조차 할 수 없어

'보험사 입점 금지' 개정안 발의

지주사들 소극적인 영업방침 고수

지난달 문 연 하나·농협금융 1호점

보험계약 체결 각각 1건·8건 그쳐

추가 개설 예정된 곳도 2곳 뿐

‘금융권 칸막이 완화’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한 은행ㆍ증권ㆍ보험 복합점포가 한 달째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달 문을 연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의 1호 복합점포의 경우 보험 계약 체결 건수가 한달 여간 10건에도 못 미친다. 기대를 크게 밑도는 저조한 실적에 금융지주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광화문NH금융PLUS+센터’ 복합점포 창구는 조용했다. 그나마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좌우 증권, 은행 창구와 달리 가운데에 자리한 농협생명 창구는 오가는 이들 없이 썰렁했다. 오후 3시, 영업 막바지 시간이지만 창구 직원은 “오늘 보험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기존 은행ㆍ증권 복합점포에 농협생명이 입점하면서 탄생한 농협 내 은행ㆍ증권ㆍ보험 1호 복합점포의 보험 계약 체결은 9일 현재까지 단 8건에 불과하다.

금융위원회가 7월 보험사가 포함된 복합점포 추진 방안을 발표한 후 가장 발빠르게 지난달 1일 은행ㆍ증권ㆍ보험 복합점포의 문을 연 하나금융은 성적표가 더 초라하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이 복합점포 내 보험 계약 체결 건수는 딱 1건에 그친다.

복합점포들의 ‘흥행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공격적 영업을 금지한 데 있다. 금융위의 보험사 입점 복합점포 추진방안에 따르면 복합점포 내 은행ㆍ증권 공간에서 보험사 직원 등이 보험상품을 모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 발로 찾아와 농협생명 창구 앞에 앉는 고객들에게만 영업을 하는 것이 가능할 뿐, 바로 옆 증권이나 은행 창구에 볼 일을 보러 온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보험상품의 소개나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생명 창구직원은 “초기라 홍보나 영업이 중요한데 팸플릿을 창구 앞에 갖다 놓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은 ‘공동상담’ 금지다. 복합점포에선 은행ㆍ증권 직원이 함께 한 상담실에 들어가서 고객의 동의 아래 일정 기간 고객의 자산정보 공유를 기본으로 한 공동상담이 가능하다. 반면 보험은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아직까지 은행ㆍ증권 직원과 함께 공동상담을 할 수 없다. 종합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원하는 고액 자산가 유치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거면 왜 복합점포에 보험을 입점시켰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와 금융지주사들이 이런 방침들을 고수하는 데는 보험 입점 복합점포가 아직 시범 운영 단계인데다, 보험설계사 등의 영역을 잠식한다고 반발하는 전업계 보험사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운영되기 전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신학용 의원(새정치)과 김을동 의원(새누리당) 등 여야가 공동으로 복합점포 내 보험사 입점 금지를 골자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도 복합점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무래도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바로 점포를 빼야 하고 과거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 보험업계의 반발을 기억하는 지주회사들은 적극적인 영업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은행에서 판매 가능한 보험상품을 종신보험, 자동차보험까지 단계별로 확대하려고 했으나 보험업계의 반발에 저축성 보험으로만 제한한 전례가 있다.

복합점포가 난항을 겪자 금융지주사들은 신규 점포 개설에도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현재 보험사 포함 복합점포는 지주사별 최대 3곳, 2년 간 한시적 운영이 가능한데, 추가 복합점포 개설이 예정된 곳은 현재까지 두어 곳에 불과하다. KB금융이 이달 중 KB생명과 KB손보가 입점하는 1호 복함점포를 개설할 예정이고, 농협금융이 연내 부산에 2호점을 내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 전부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중하게 추진 중”이라며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금융계 고위 인사는 “시범 복합점포를 허용해 놓고 팔 다리를 묶는 규제를 씌워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복합점포 육성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선명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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