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용관계 지속 못할 이유 없고, 교감이 인사 최종결정 권한 없어”
학교에서 교감과 불륜 관계로 지내며 특정 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을 요구하는 각서까지 받아 낸 교직원을 해고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반정우)는 경기도가 중학교 여직원 이모씨를 해고한 조치를 부당하다고 본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씨는 2012~2013년 말까지 유부남인 학교 교감과 수 차례 만나 성관계를 하는 등 부적절한 만남을 유지했다. 교내 도서관과 성적 처리실에서 수시로 교감과 손을 잡고 입을 맞췄으며, 수학여행을 가서도 1시간 가량 교감과 숙소를 이탈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교감에게 ‘교사 A씨를 3학년 부장에서 제외한다’, ‘교사 B, C씨를 학교에서 보지 않을 수 있도록 그들에 대해 인사 조치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한 뒤 이행을 요구했다. 또 ‘자신은 도서관 사서로 채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각서도 받아냈다.
이에 경기 용인교육지원청은 지난해 3월 이씨를 품위유지의무 위반과 업무방해금지의무 위반으로 해고했다. A씨는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 판정을 받고 중앙노동위에 재심 신청을 냈다. 중앙노동위는 이씨가 교감과 불륜을 저지른 것은 인정하면서도 각서를 받아 학교 업무에 부당하게 관여하려 했다는 점은 받아들이지 않은 뒤 해고 징계가 과한 만큼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경기도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법원도 역시 부당 해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성 교제는 개인의 지극히 내밀한 영역이므로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서 비윤리적인 이성교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고용관계를 지속하지 못할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정이 발생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또 “교감이 각서를 작성해 주기는 했지만, 이 내용대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아 학교의 업무가 방해된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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