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에서 불에 탄 말갈족 집터 위에 세워진 발해 보루(堡壘)가 발굴됐다. 해동성국(海東盛國) 발해가 6, 7세기 만주 동북부의 토착민족인 말갈족을 지배하면서 성장했음을 확인시켜 주는 고고학적 증거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7, 8월 러시아과학원 극동지부 역사고고민족지연구소와 공동으로 러시아 연해주 시넬니코보-1 발해 보루 유적을 발굴한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시넬니코보-1 유적은 발해의 지방행정구역 15부 중 하나인 솔빈부(率濱府)가 있던 연해주 서남부 라즈돌나야 강가의 구릉 위에 자리한 관측?방어용 보루다. 발해가 698년 건국된 이후 본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던 8세기경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 결과 돌로 쌓아 올린 보루 아래쪽에는 말갈 주택으로 추정되는 유구층이 발견됐다. 발해의 석축기술은 주로 흙을 이용한 말갈의 축조술과 명확하게 구분된다. 말갈족 주택은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다. 윤형준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사는 “발해가 입지가 좋은 장소에 있던 말갈족의 부락을 불태웠거나 불타버린 부락 자리 위에 성채를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채에서는 여러 개 구멍이 뚫린 흙으로 된 입방체(立方體)가 출토됐다. 발해 입방체는 아직까지 명확한 용도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발해 유적에서 자주 발견돼 ‘발해 큐빅(cubic)’으로 불린다. 말갈 유구층에서는 전형적인 말갈 양식의 바리(심발형ㆍ深鉢型) 토기가 발견됐다. 깊은 바리 토기는 사발 형태지만 길이가 긴 토기를 말하며 취사에 사용된 생활용품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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