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 ‘잘못한 게 없다’고 버티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지지율이 곤두박질하자 마침내 자세를 낮췄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은 8일 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과 관련,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공개 사과했다. 그는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일(사설 이메일 서버 운영)은 실수였다. 미안하고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abc는 클린턴 전 장관의 이번 발언을 이메일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가장 분명한 어조로 사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아이오와주 선거 유세를 통해 “성가신 일이긴 하지만, 내 선거 운동 계획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도 않았다”며 여론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내 결정이었기 때문에 책임을 지려 노력했을 뿐 아니라 최대한 투명하게 하려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4일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무엇이 기밀정보로 소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기관마다 논쟁이 있다”며 “당시에는 기밀정보가 없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질문에 답하고 사실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태도 변화는 여론에 맞서는 행태를 보일 경우 심각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측근들의 강력한 조언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악화된 여론의 후폭풍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시민들은 클린턴 전 장관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로 ‘거짓말’, ‘불신’을 지목하고 있다. 지지율도 급락해 NBC방송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내년 초 경선이 가장 먼저 치러지는 곳 중 하나인 뉴햄프셔 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32%)이 버니 샌더스(41%) 상원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은 바이든 부통령의 지지율이 16%에 달하는 등 ‘클린턴 대세론’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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