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관행 위탁 판매 방식 탈피
반품 않고 다른 서점에도 공급
지난 달 일본 대형서점 기노쿠니야(紀伊國屋)가 지금까지 일본 서점의 흔한 영업 방식인 ‘도서 위탁 판매’를 뒤집는 발표를 해서 눈길을 모았다. ‘위탁 판매’는 출판사에서 맡긴 책을 서점 매장에 놓고 팔린 만큼의 수익을 출판사에 넘겨 주는 판매 방식이다. 결국 팔리지 않는 책은 출판사에 되돌려준다. 한국도 이런 방식이 주류다.
그런데 기노쿠니야서점이 신간의 거의 전부를 사들여 자사 매장에서 팔고 다른 서점에 공급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판매 방식을 적용한 첫 책은 일본에서 10일 나오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신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스위치퍼블리싱 발행). 초판 10만부 중 9만부를 기노쿠니야가 사들인다. 우선은 어느 정도 판매가 가늠이 되는 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이 전략에 일본 서점출판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팔리는 책을 독식하려는 대형서점의 횡포인가, 아마존 같은 글로벌 업체에 대항하려는 몸부림인가, 위탁 판매 관행을 바꾸는 변화의 바람일까.
기노쿠니야서점 다카이 마사시(高井昌史ㆍ68) 사장은 9일자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재판매가격유지(위탁판매)제도에서는 출판사가 책 가격을 정해 도매점포가 그 책을 대량으로 사들여 서점에 뿌리고 팔리지 않으면 반품하는 방식이었다”며 “이런 출판 유통이 금속피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피로’란 계속된 충격으로 금속의 강도가 약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만큼 출판 유통 체제가 허약해졌다는 뜻이다.
다카이 사장은 “온라인서점의 매출이 늘고 있고 전자책도 커지고 있지만 중소형 서점은 갈수록 문을 닫는다”며 “지금 시점에서 유통 체제를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노쿠니야는 자사에서 사들인 책을 다른 서점에서 원할 경우 “반품 불가” 조건으로 거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점이 기력을 잃으면 출판업계 전체에 활력이 사라지게 된다. 지금은 오프라인서점과 온라인서점의 매출이 85대 15 정도이지만 이것이 반반이 되면 출판물의 전체 매출이 약 1조6,000억엔에서 1조엔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지금 책의 반품률이 40%를 넘는다. 출판사가 제작비를 회수하는 건 새 책이 나오고 반 년 정도 뒤다. 이래서는 작은 출판사는 책을 낼 수 없다. 새 시장이 생기지 않으면 새 작가도 나오지 않는다.”
다카이 사장은 또 “지금까지는 ‘서점의 영업이익률은 20% 남짓으로 하자’는 도매점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 비율을 “30%로 올리자는 주장을 해왔고 구매 방식으로 하면 그 비율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품하지 못하면 서점의 위험 부담이 커지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기노쿠니야의 경우 여러 책의 시장 점유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자료를 가지고 있어 예상 판매량을 알 수 있다”며 “이런 노력을 해나가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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