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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3역' 기성용, 탈아시아급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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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3역' 기성용, 탈아시아급 증명

입력
2015.09.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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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레바논전은 기성용(26ㆍ스완지시티)이 '탈아시아급'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무대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그리고 주장의 '1인 3역'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시돈의 사이다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레바논과 3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기성용은 이날 대표팀이 올린 3골에 모두 기여했다. 공식적으로는 1도움으로 기록됐지만, 나머지 2골도 사실상 기성용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기성용은 권창훈(21ㆍ수원 삼성)과 함께 중원에 배치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던 예전과 달리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주문 받았다.

공격 축구를 호언한 레바논을 상대로 슈틸리케호는 당초 수비에 역점을 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2명을 내세운 4-1-4-1 포메이션으로 공격에 한층 무게를 실었다. '공격 축구에는 공격 축구로 대응한다'는 과감한 전략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기성용의 전진배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높은 패스성공률을 자랑하는 기성용은 대표팀에서도 송곳 같은 패스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기성용은 또 다른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의 날카로운 공격을 돕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자신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책을 맡은 정우영(26ㆍ빗셀 고베)을 지원했다.

돌파 능력과 중거리슈팅 능력을 두루 갖춘 권창훈, 중앙 수비를 맡을 수 있으면서도 공격력까지 겸비한 정우영은 기성용의 파트너로서 완벽했다는 평가다. 둘은 공수에서 기성용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존재였다.

대표팀의 공격과 수비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율한 기성용의 능력은 분명 일품이었다. 레바논은 전진 배치된 기성용 때문에 애를 먹었다. 기성용이 이미 EPL에서 '미들라이커(미드필더+스트라이커)'로 존재감을 과시한 만큼 그의 득점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상대로선 수비를 할 때는 기성용의 득점과 도움을, 공격을 할 때는 기성용의 수비 가담을 염두에 둬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라운드 밖에서 전술과 선수 기용을 고민하는 동안 기성용은 그라운드에서 완장을 찬 사령관으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에 선 선수들의 대형은 기성용을 구심점 삼아 움직였다.

한국은 레바논을 상대로 1993년 5월 열린 1994 미국 월드컵 1차 예선에서 1-0으로 이긴 후 22년 4개월 만에 원정 경기 승리를 거뒀다. 전반 22분 장현수(광저우)의 선제골과 26분 상대 자책골, 후반 15분 권창훈의 쐐기골로 징크스를 훌훌 털어버렸다.

레바논전 완승은 그라운드 내외에 존재한 두 사령관의 완벽한 합작품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실험 축구는 전천후 플레이어 기성용을 만나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사진=기성용(왼쪽).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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