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크셔테리어 테리(3세)는 가족들 중에서 아빠를 경계했다. 엄마나 딸이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하지만 유독 아빠에게는 심하게 짖고 다가가지 않았다. 그런 테리가 못마땅한 아빠는 복종하게 한다며 테리를 잡고 억지로 눕혀서 배를 드러내게 했다. 하지만 이후 테리의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다. 혹시 테리가 아빠를 가족 중 서열이 낮은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인 걸까.
배를 상대방에게 보이도록 눕는 행동을 보통 개가 ‘복종’한다고 하지만 이를 ‘존중’이나 ‘존경’이라는 단어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배를 뒤집고 꼬리를 배쪽으로 말고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상대방과 시선을 피하는 행동은 능동적인 존중이 아닌 수동적인 존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사람이 반려견의 배가 보이도록 억지로 눕히는 것은 안정적인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반면 능동적인 존중은 상대방 앞에서 몸을 최대한 낮추고 상대방의 얼굴부위를 적극적으로 핥는 행동을 보인다.
반려견이 경계하는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반려견이 왜 그 가족구성원을 경계하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혹시 과거에 물리적인 체벌이나 큰소리로 혼을 낸 적이 없는지 되짚어본다. 그렇다면 반려견과 산책이나 공가져오기 놀이 등 함께 놀아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또 반려견에게 접근할 때 갑자기 반려견의 위에서 몸을 숙이고 만지거나 들어 올리지는 않았는가. 3~5㎏의 소형견은 자신의 몸보다 20배가 넘는 존재가 자신을 갑자기 덮치듯 위에서 만지거나 들어올리면 순간적으로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보호자는 천천히 몸을 낮추고 중간중간 시선을 살짝 피한다던가 눈을 깜박이면서 반려견에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반려견들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공격하기 전의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반려견이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가족과 안정된 유대관계를 형성할 때까지 해당 가족이 반려견에게 사료를 주고 간식을 주면서 기본적인 교육을 실시해주는 것을 추천한다. 무엇보다 하루에 한번씩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산책을 나가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외출하고 들어왔을 때 반려견이 자신을 보고 짖는다면 시선을 맞추지 않고 그러한 행동에 최대한 반응하지 말고 (보지 않고, 소리내지 않고, 만지지 않는 행동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짖음을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얌전해졌을 때 준비해 놓은 간식을 바로 준다.
이러한 방식은 매일 최소 한달 이상 실시해야 한다. 반려견마다 경계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행동교정이 되는데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과 시간을 갖고 매일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반려견과 가족구성원 간의 안정적인 유대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이혜원 수의학박사, 유럽수의임상행동학회 정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