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두산은 2012년 외국인 투수 프록터를 방출한 뒤 줄곧 뒷문 불안에 시달렸다. 프록터는 당시 마무리로 4승4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했다. 접전 상황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지만 강력한 직구와 마운드 위에서의 자신감 있는 투구로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두산은 이듬해부터 니퍼트와 함께 마운드를 책임질 외국인 투수로 선발 요원을 데려왔다. 그리고 마무리 보직은 토종에게 맡겼지만 지난 2년은 실패로 돌아갔다. 2013년에는 확실한 소방수를 찾지 못하고 집단 마무리 체제를 운영했다. 정재훈(현 롯데)이 14세이브, 홍상삼과 오현택은 5세이브, 윤명준은 4세이브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팀 블론 세이브는 17개로 NC와 롯데(이상 21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에는 이용찬(경찰)이 붙박이로 뛰며 5승5패 17세이브를 올렸으나 평균자책점은 4.24로 높았다.
올 시즌 역시 과제는 여전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마무리 후보로 점 찍었던 노경은은 타구에 턱을 맞아 이탈했고, 대체자 윤명준은 부진했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노경은에게 뒷문을 맡겼지만 불안했다. 결국 손가락 부상으로 6월에서야 합류한 5선발 후보 이현승이 중책을 맡았다.
두산의 선택은 옳았다. 이현승은 6월18일 삼성전에서 첫 세이브를 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8일 현재 성적은 2승1패 13세이브. 특히 최근 10경기에서 단 1점만 내주고 1승 6세이브를 쓸어 담았다. 구위로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공격적인 몸쪽 승부로 뒤를 확실히 책임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기고 싶어 이현승을 내보낸다"면서 "올려 놓으면 불안감은 없다"고 만족스러워했다.
2006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를 밟은 이현승은 지난해까지 통산 6세이브를 기록했다. 주로 선발로 뛰었을 뿐 전문 마무리를 해본 적이 없다. '잘 해야 본전'인 역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공 하나에 울고 웃어야 하니 괴롭다. 나 때문에 이겼던 경기가 다음 경기에서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투수조 조장답게 책임감으로 무장했다. 이현승은 "마무리라는 부담감보다는 후배들을 위해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아 마운드에서는 강해 보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후배들의 성장에 대해 흐뭇해한 뒤 "어린 친구들이 최근 자신감을 얻었다. 함덕주는 나보다 몸쪽이나 변화구 승부에서 과감할 때가 많다. 집에서 투구 영상을 보면서 후배라고 하더라도 좋은 것은 배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승의 마음은 포스트시즌을 향해 있다. 2006년 현대 시절과 2010년 두산에서 두 차례밖에 가을야구를 해보지 못했다. 그는 "강한 팀들이 많지만 우리도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만하다고 본다"면서 "야수와 투수의 조화가 잘되고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사진=두산 이현승.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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