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아내 힐러리 전 국무장관의 대선 캠페인 지원에 나선다.
8일 시카고 선타임스와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는 17일 힐러리 전 장관의 고향 시카고에서 고액 기부자들을 상대로 한 2건의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주재할 계획이다. 애초 이 행사에는 힐러리 전 장관이 직접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에 변화가 생기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타’로 투입됐다.
힐러리 캠프는 전날 이메일을 통해 시카고 지역 기부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을 시작으로 힐러리 전 장관의 대선 자금 모금 운동에 본격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힐러리가 처음 대권에 도전한 2008년 민주당 경선 때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왔다. 지난 5월 힐러리의 2016 대선 출마 선언 행사에 참석했으나 조용히 자리를 지켰을 뿐 단상에 올라 지지 연설을 하는 일은 없었다. 때문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언제쯤 힐러리 캠페인에 합류할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모두의 관심거리였다.
결국,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내 힐러리가 이메일 스캔들에 휘청거리고,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에게 선두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원 사격에 나서게 됐다. CNN은 힐러리 전 장관이 뉴햄프셔 주 캠페인 일정을 하루 더 늘리기 위해 시카고 행사를 남편 클린턴에게 맡겼다고 전했다.
뉴햄프셔는 내년 1월 민주·공화 양당의 첫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리는 곳으로, 이곳 주민들의 표심은 ‘대선 풍향계’로 통한다. 최근 NBC방송이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폴(Marist Poll)과 공동으로 실시한 뉴햄프셔 민주당 유권자 설문조사 결과, 샌더스 의원이 41%를 얻어 지지율 32%에 그친 힐러리 전 장관을 무려 9%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힐러리 캠페인 보좌관은 “힐러리 전 장관의 모금 행사 일정이 이달 말까지 꽉 차 있다”며 “그러나 차차 모금 행사 참석을 줄이고 선거 유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N은 “힐러리는 선거 유세에 주력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금 운동을 주도하는 그림이 될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17일 시카고 첫 모금 행사는 하얏트 호텔 체인을 소유한 시카고 부호가문 프리츠커 가(家)의 일원이자 벤처투자가인 J.B.프리츠커를 비롯 스티브 콜린스, 매트 무그, 리시 샤, 제네비브 타이어스, 하워드 툴먼 등 유명 벤처사업가들이 주최한다. 이어 정오에 시작되는 두 번째 행사는 클린턴 부부의 오랜 후원자인 여성 엔지니어 스미타 샤의 집에서 열린다. 기부금 규모는 참석자 1인당 2천700달러부터 5만 달러 사이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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