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서울역 구내를 걷다 보면 한쪽 벽면에 빼곡히 들어선 광고판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 4m, 세로 2.25m 크기의 광고판은 이미지를 부착한 후 조명을 비춰 돋보이게 만드는 조명광고시설이다. 문제는 통로를 따라 설치된 20여개의 광고판 중 대부분이 1년이 넘도록 비어 있다는 사실. 장막을 친 듯 길게 늘어선 빈 광고판을 보며 시민들은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빠진 걸로 봐선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다.”며 의아해하거나 “광고가 하나도 없이 비어 있다니 뭔가 낭비하고 있는 느낌이다.”며 다소 언짢아하기도 했다.
1~4호선 광고물 부착비율 26.7%
작년 51.2% 대비 절반으로 '뚝'
텅 빈 광고판은 다른 지하철 역사 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시청역만 해도 구내에 설치된 대형 조명광고판 30여개 중 3분의 2가 비어 있고, 일부 알짜 노선을 제외하면 전동차 내에서도 광고 없는 광고판은 흔하다. 지하철 1호선~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 의하면 지난 7월 31일 현재 지하철 광고 게첨률(광고물 부착 비율)은 26.7%로 51.2%였던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첨률이 폭락한 데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불경기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광고판매 방식을 바꾼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고대행업체가 가격과 이윤 등에서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든 판매대행 방식으로 바뀌면서 영업 실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적재 적소에 효과적인 광고매체를 설치하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디지털 매체가 각광을 받고 같은 역사 내에서도 광고판매 편차가 심한 상황에서 후미진 통로의 텅 빈 광고판을 그대로 두고 있는 한 게첨률 하락은 당연해 보인다.
비어 있는 광고판 1년 이상 방치
낙서 찢김 오염 등으로 상당수 훼손
굳이 게첨률을 따지지 않더라도 장기간 비어 있는 광고판 상당수는 낙서와 오물로 더럽혀지거나 물리적인 힘에 의해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어 문제다. 일각에선 더 이상 광고매체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덩치 큰 시설물을 철거하고 그 공간을 공익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관리의무를 지닌 서울메트로는 당장은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문제가 된 광고판의 경우 대행업체와의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어 철거나 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향후 광고 매체를 적정 수로 조절하고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는 한편 게첨률이 낮은 구식 매체를 유지할지 여부도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출 비해 월세 비싸..."
역사 내 곳곳 빈 점포
요즘 지하철 역사 내 빈 점포가 적지 않다. 지하철 서울역만 해도 총 18곳 중 7곳이 셔터가 내려진 채 몇 개월째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시청역은 17곳 중 4곳, 을지로입구역 역시 최근 빈 점포가 늘었다. 물론, 불경기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매출에 비해 비싼 임대료도 문제다. 지하철 서울역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역사 내 점포 대부분이 월세가 비싼 편”이라며 “그에 비해 장사가 신통치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주변 상권이 변화하면 역 구내 점포의 매출도 영향을 받는다. 장사가 안돼 계약이 해지된 점포의 경우 재감정을 통해 임대료를 낮춰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메트로가 밝힌 지하철역사 내 임대점포의 공실률은 8.6%이다. 전문가들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점포를 만드는데 일정부분 공사비가 투입되고 긴급상황 시 동선 확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임대사업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최민영 인턴기자 (숙명여대 법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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