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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주 피폭자도 치료비 다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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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주 피폭자도 치료비 다 줘라"

입력
2015.09.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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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재판서 첫 확정 판결

재외 피폭자엔 상한선 두던 日정부

"전액 지원 방침 굳혀" 교도통신 보도

8일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 직후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사법기자클럽에서 원폭 피해자를 지원해 온 단체와 담당 변호사가 원폭 피해자 이홍현씨ㆍ고 강점경씨ㆍ고 이근목씨(왼쪽부터)의 사진을 단상에 올려놓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8일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 직후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사법기자클럽에서 원폭 피해자를 지원해 온 단체와 담당 변호사가 원폭 피해자 이홍현씨ㆍ고 강점경씨ㆍ고 이근목씨(왼쪽부터)의 사진을 단상에 올려놓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에 사는 원폭 피해자에게도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이 처음 나왔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제3부(오카베 기요코 재판장)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이홍현씨 등이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료비를 전액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일본 오사카부(大阪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라는 판결을 8일 내렸다. 최고재판소는 “재외 피폭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제한 뒤 “(재외 피폭자에게) 의료비가 전액 지급되지 않는 것은 법의 취지에 반(反)하는 것”이라며 피고인 오사카부의 상고를 판사 5명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이번 결정은 일본 이외 국가에 사는 원폭 피해자(재외 피폭자)에게 ‘피폭자원호법’에 따라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첫 확정 판결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1945년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에서 피폭한 뒤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해 의료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이 사건 항소심 판결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약 18만엔이던 재외 피폭자 의료비 연간 한도를 2014년부터 약 30만엔으로 올린 바 있다.

현재 계류 중인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피폭자원호법은 원폭 피해자의 의료비 가운데 환자 본인 부담분을 국가가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일본이 아닌 거주지에서 치료를 받으면 상한선 이내에서 지원해왔다. 이씨와 다른 한국인 피해자 가족 2명이 이에 반발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오사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피폭자원호법은 일본 내에 사는 것을 의료비 지급의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미스비시조선소에서 일하던 강제징용 노동자의 아들로,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어머니 배 속에서 태내 피폭을 당했다. 광복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백색 반점과 고혈압, 만성심부전증으로 고생하다 37세에 정식으로 피폭 후유증 진단을 받았다. 2008년 일본에 치료를 받으러 갔으나 일본인과 한국인 피폭자 사이에 의료지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3년 뒤 오사카부를 상대로 한국에서 쓴 의료비 2,700여만원 보전 소송을 냈다.

한국 정부와 원폭피해자 단체들은 일본의 전향적 판결을 일제히 환영했다. 외교부는 8일 “이를 계기로 국내 거주 피폭자에 대해 일본 내 피폭자와 동등한 원호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원 등 150여명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정부는 이제라도 실태조사에 나서 피폭 2,3세의 피해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원폭 피해자 1세 평균 연령은 82.5세로 생존자도 2,545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국회의 원폭피해자 지원특별법안 제정 등을 요구했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재외 피폭자는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약 4,280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에 약 3,000명, 미국에 950명, 브라질에는 150명이 거주 중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으로 7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중 10% 가량은 조선인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이주했거나 전시에 강제 동원된 이들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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