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3% 늘어난 386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명목 증가율 3%는 2010년 2.9%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 예산의 세출 6조2,000억원과 기금계획 변경분 3조1,000억원을 포함하면 실제 증가율은 5.5%에 이른다. 더욱이 올해 예산이 이미 전년 대비 6% 가까이 늘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 역시 매우 확장적인 편성인 셈이다.
연 이은 확장 예산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역할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그나마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가 메르스 사태로 빙하기를 맞으며 양대 성장축인 수출과 내수의 불황이 오히려 깊어졌다. 여기에 하반기 들어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등 악재가 본격 가시화 하면서 경제 전반의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당장 올해의 3% 성장은 사실상 어려워졌고, 내년도 성장 전망도 최근 정부 스스로 3.5%에서 3.3%로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재정으로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을 삼겠다는 정부의 포석은 예산의 씀씀이에도 대거 반영됐다. 우선 보건ㆍ복지ㆍ노동 예산 중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도 12.8% 늘어난 15조8,000억원이 배정됐고, 그 중 청년 일자리 지원예산은 올해보다 21% 증가한 2조1,200억원이 편성됐다. 보건ㆍ복지ㆍ노동 예산은 총 122조9,000억원이 잡혀 전체 예산 중 비중이 사상 최고치인 31.8%를 차지했다. 문화ㆍ체육ㆍ관광 예산을 7.5%나 증액한 것도 관광 인프라 조성 및 콘텐츠 산업 지원을 대폭 늘리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불황으로 세수 여건이 미흡한 상황에서 지출 예산이 늘다 보니 재정 건전성 훼손 우려가 커지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7조원으로 올해(33조4,000억원)보다 늘어나고, 국가채무도 올해보다 50조1,000억원 증가한 645조2,000억원에 이르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서게 된다. 정부는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국가채무가 GDP 대비 114.6%라는 게 근거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36.4%로 예측됐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불과 1년 만에 4% 포인트 가까이 폭등한 건 불길하다.
가뜩이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수요 팽창이 맞물리면서 재정 건전성 훼손 위험은 앞으로도 더욱 커지기 십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가 살아나면 (세수의 자연 증가로) 국가채무도 줄일 수 있다”지만, 보다 적극적인 관리 의지가 중요해졌다. 확장 예산인 만큼, 향후 국회의 예산 심의의 초점은 예산의 용도와 배분의 적정성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는 그렇다 해도 재정 건전성 보완을 위해 최소한 부자 소득세 증세안 정도는 연동해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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