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하고 불법 도박에 베팅
자신이 출전한 프로농구 경기에서 고의로 빗나간 슛(에어볼)을 쏴 승부를 조작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유도선수와 함께 승부조작 경기에 미리 돈을 건 전직 프로농구 선수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은 프로농구 경기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농구선수 박모(29)씨와 유도선수 황모(2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프로농구에서 2013년 강동희 전 원주동부 감독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고, 최근 전창진 전 감독이 수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선수가 직접 승부조작 가담한 것이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의 승부조작 청탁에 응해 박씨는 2월 1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시즌 남자 프로농구 서울삼성과 인천전자랜드의 경기에서 에어볼을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이날 경기에서 10분 24초를 뛰며 득점 없이 어시스트 1개, 턴오버 1개를 기록했으며, 박씨가 속한 삼성은 전자랜드에 47-69로 완패했다.
박씨와 황씨는 승부 조작에 앞서 각각 100만원과 300만원을 베팅했다. 승부 조작 관련 정보는 경기 전 다른 유도선수 서너명에게도 스마트폰으로 전달됐다.
이와 함께 전현직 농구선수 11명과 유도선수 12명, 레슬링선수 1명 등 24명도 불법 스포츠 도박 인터넷사이트에서 베팅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2009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0만원~4억 원대까지 베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에는 프로농구 간판스타인 국가대표 김선형(27) 선수도 포함됐다. 그는 2009∼2010년 50여 차례에 걸쳐 약 70만원을 베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선수는 7일 경찰소환 조사에서 “대학 시절 불법인 줄 모르고 베팅했다”고 진술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박씨와 황씨를 포함해 이번에 검거된 26명은 대부분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생활을 하며 알게 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또 대부분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들로 구성됐다.
경찰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입건된 선수들에 대해서는 9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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