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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오디세이] 아픈 청춘의 아이콘 '유아인', 비극의 왕자로 에너지 분출

입력
2015.09.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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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재벌 3세 조태오도 완득이처럼 결핍된 인물

"금수저 입에 문 사람보다 소외된 사람 연기가 더 좋다"

그림 1‘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왼쪽 위부터)로 영화 데뷔식을 치른 유아인은 ‘좋지 아니한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그리고 (오른쪽 위부터) ‘완득이’ ‘깡철이’ 등을 거치며 비주류 청춘의 상징이 됐다. ‘베테랑’(오른쪽 맨아래)에선 콤플렉스 가득한 재벌3세를, ‘사도’(가운데)에서 사도세자를 연기하며 비극의 크기가 진화하고 있다.

스크린마다 눈물이 어렸다. 안방극장에서도 웃음보다 한숨이 앞섰다. 언제나 불우한, 불운의 청춘이었다. 배우 유아인(29)은 방황하고 반항하는 청춘의 아이콘이었다. 비주류 인물을 연기하다 어느새 충무로 주류가 됐다. 영화 ‘베테랑’으로 1,000만 관객의 기쁨을 처음 만끽하며 충무로의 또렷한 별이 됐다. “본성에 충실하고 솔직한 것이 매력”(이준익 감독)인 이 젊은 배우의 성장과 성공은 10대 후반부터 다져진 기본기가 바탕이 됐다.

● 출발부터 ‘불운했던 청춘’

눈물 어린 청춘의 이미지는 카메라 밖의 유아인 즉 엄홍식(본명)의 인생과 궤적을 같이 한다. 배우 이력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고교시절 거주하던 대구 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 첫 출연작은 청소년드라마 ‘반올림 #1’이었다. 고아라 오연서 김시후 등이 함께 한 이 드라마에서 연기의 맛을 알았다. 고교를 그만 뒀다. 학교와의 불화를 극복할 수 없었다. 검정고시를 보고 건국대 예술학과에 진학했다. 굴곡 많은 청소년기, 연기가 그의 곁을 지켰다.

대학 진학 뒤 본격적인 연기 출발선에 섰다. 험로가 놓였다. 충무로 첫 진출작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7)였다. 할리우드 명우 워렌 비티의 반항아적 이미지가 빛나는 동명 고전영화에서 제목을 얻어왔으나 수수한 독립영화였다. 독립영화가 주류 상업영화로 연결되는 사다리 역할을 하던 시절은 아니었다. 유아인은 열정과 순수만 믿다 범죄의 세계에 접어든 청년 종대를 연기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성불구자가 된 결핍 어린 청춘이었다. 3,500명이 극장을 찾았다. ‘베테랑’ 관객의 0.0003%에도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이후 미래 없는 아픈 청춘은 운명인 듯 그의 연기 이력을 관통했다. 가난하거나 범죄에 노출된 위태로운 청년이 그의 몸을 빌려 스크린에 돋아났다. 첫 상업영화 ‘좋지 아니한가’(2007)에선 전생에 왕이었다고 믿는 엉뚱한 고교생으로 변했다.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에선 빵집 견습사원 양기범을 연기했고,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2011)에선 반항기로 뭉친 청년 유생 문재신, 영화 ‘완득이’(2011)에선 다문화가정 출신 고교생이 됐다. 부산 달동네의 혈기충만한 청년 강철이(영화 ‘깡철이’ㆍ2013)와 피아노에 대한 재능을 지닌 빈민 고교생 이선재(드라마 ‘밀회’ㆍ2014) 등을 거쳐 재벌3세(‘베테랑’)로 가파른 신분 상승을 이뤘다.

유아인은 “(‘베테랑’의) 조태오는 독이 든 성배 같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재력과는 인연이 없는 인물만 맡다가 귀공자를 연기하게 됐으니 나온 발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완전한 존재로 스크린을 채운다. 조태오는 후처소생이라는 콤플렉스를 방향 잃은 폭력으로 발산한다. 마약을 탐닉하고 위압으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한다. 배다른 형제들과 재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이 단호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에 숨겨져 있다. 돈만 풍성하고 사랑이 부족한 조태오는 완득이나 강철이보다 더 불우하고 위태롭다.

그림 2‘한국의 제임스 딘’이라 불리는 유아인은 “별명에 걸맞게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 4년)

● 약자를 끌어안은 ‘눈물의 왕자’

유아인의 외모는 빈자나 약자의 것이 아니다. 두툼한 눈썹과 우뚝 선 코가 빈보다 부를, 약보다 강을 강조한다.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은 “유아인의 귀티 나는 외모와 목소리가 영화에 도움을 많이 줬다”며 “유아인의 외모 자체는 대다수 여성들이 좋아할 주류의 외모”라고 평가했다. 류 감독은 “사회 소수자와 패배자들을 끌어안으려는 유아인의 내면이 약자의 역할을 연기하도록 한 것 같다”며 “주류가 요구하는 식으로 이력을 쌓을 수 있는 배우인데 자꾸 어려운 길을 선택해 도전한다”고 덧붙였다.

유아인도 비주류 성향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금수저를 입에 문 사람보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 연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비극을 선호하는 그의 취향도 결핍된 인물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는 “배우의 아름다운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어 비극을 아주 좋아한다”고 밝혔다. 동기가 더해진 연기는 중산층 중년여성과의 사랑(‘밀회’)이나 폭력조직에 홀로 맞선 의기(‘깡철이’)를 과잉 아닌 비련으로 승화한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유아인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매니지먼트회사의 훈육에 의해 성장한 배우가 아니라 스스로 큰 배우”라며 “대사를 내지르고 토해내는 강렬한 에너지가 캐릭터를 흡입력 있게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약자를 껴안는 약자에서, 약자를 억누르는 강자로 돌변했던 유아인은 이제 시간을 뛰어넘어 눈물을 대변하는 역사적 인물을 선보인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사도’는 유아인이 8년 동안 축적해온 눈물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비정한 아버지 영조(송강호)를 향해 울분과 눈물과 한숨을 내보이는 사도세자를 발판 삼아 그는 진정한 ‘눈물의 왕자’ 자리에 오른다.

유아인의 다음 작품은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다. 고려 말기 새로운 국가를 세우려 한 여섯 인물의 야망이 얽히는 이 드라마에서 이방원을 연기한다. 아버지를 옹립하기 위해 고려 중신을 해치우고, 권좌를 차지하려 골육상쟁도 마다하지 않은 인물이다. 유아인은 “남자배우라면 당연히 아주 드라마틱한 인물인 연산과 사도세자, 이방원을 연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서른도 안 돼 사도세자와 이방원을 연이어 선보이는 행운 아닌 행운을 거머쥐었다. 유아인의 진화 속도와 방향이 세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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