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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무서운 대통령

입력
2015.09.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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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질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해외 출장 중 외교전문을 통해 교체를 전달받는 수모를 당했다. 러시아에서 열린 한국관광주간 행사에 참석 중이었는데 대사관으로부터 ‘장관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통보를 받고 하루 만에 짐을 싸야 했다. 후임 장관은 정해지지 않았고 차관도 공석인 상태였다.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노여움을 샀다는 게 정설이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초연금 정책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 끝에 물러났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국가정보원 선거개입을 철저히 수사해 ‘성역을 건드린 죄’로 쫓겨났다. “찍히면 죽는다”는 시그널을 명확히 보여준 셈이다.

▦ 박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구 방문 때 단 한 명의 대구지역 국회의원도 부르지 않은 것을 놓고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태 때 동조한 대구 의원들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차세대’로 꼽힌 유 전 원내대표 편에 주로 서왔던 11명의 대구 지역 의원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청와대는 “시민들과의 소통에 집중하기 위해서”라지만 유승민 파동 전인 4월에 박 대통령이 대구를 찾았을 때는 의원 대부분이 참석했기에 믿지 않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대구 의원 전체를 불신임했다”는 말까지 나도는 마당이니 내년 공천 때 물갈이 공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 요즘 새누리당 내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얘기는 쑥 들어갔다. 박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힌 유승민의 이름 석자가 금기시됐다고도 한다.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에서 그는 구석자리에 앉아 있었다. 박 대통령과의 조우는커녕 눈빛조차 마주칠 일이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총선과 대선에서 중도층을 끌어들이려면 ‘개혁 보수’의 상징인 유승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진작에 사그라들었다.

▦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박 대통령은 여전히 무서운 존재다. 당장 총선에서 살아남는 게 최우선 과제인 여당 의원들의 공천 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 당시 득표율(51.6%)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으니 고개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검찰의 2차 사정 수사가 공직자와 국회를 겨냥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은 잘 나가는지 모르겠으나 새누리당이 납작 엎드린 모습은 보기에 딱하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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