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외교적으로 썩 훌륭한 대답은 아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개 “젤라토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다”라고 목청 높여 주장하기 때문이다.
젤라토와 아이스크림의 가장 큰 차이는 유지방이다. 젤라토는 유지방 비율이 0~8%인 반면 아이스크림은 13~16%에 달한다. 보존기간도 방부제 등이 들어가지 않는 젤라토는 최대 3일인 반면, 슈퍼마켓 판매가 가능한 아이스크림은 6개월 이상으로 길다. 수공업 방식의 당일 제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젤라토가 ‘건강’을 내세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방이 적은 것은 맛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지방이 혀의 미뢰를 코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보다 저지방인 젤라토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보다 미뢰의 활동이 활발하고 예민해 입안에서 보다 섬세하고 풍부하게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시식 온도도 큰 차이 중 하나다. 젤라토는 영하 9~13도 사이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이가 시린 노인들도 많이 먹는다. 얼음 결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작아 아이스크림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크리미하다. 대신 금방 녹는다는 결점이 있다. 반면 아이스크림은 영하 20도 이하의 온도에서 보존되기 때문에 얼음결정이 크고 딱딱하다. 너무 찬 온도는 혀의 미뢰를 둔감하게 만들어 맛을 섬세하게 음미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단점도 있다.
세 번째 차이는 공기함유량. 젤라토는 공기함유량이 30% 이하인 반면 아이스크림은 100% 이상이다. 똑같은 재료로 만들 때 아이스크림은 두 배 크기로 부푸는 반면, 젤라토는 30%가량만 크기가 커지는 셈이니, 같은 양을 먹을 때 젤라토에서 보다 많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셈이다. 끈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직감이 쫀쫀한 것이 공기함유량이 적기 때문이다. 한 스푼 떠먹었을 때, 아이스크림보다 젤라토에서 더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카르피지아니 그룹 홍보 매니저인 발렌티나 리히는 “젤라토는 셰프들이 숍에서 소량 만들어 직접 대중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복잡한 유통을 거치는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며 “다양한 식재료로 수많은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젤라토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 풍부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얼음 음료는 귀족들만 즐길 수 있는 특권이었다. 16세기 만들어진 젤라토 역시 권력의 상징으로 고안된 음식이었다. 전기에너지가 발명되기 이전까지 얼음 음식은 부자가 아니면 접근할 수도, 보존할 수도 없었던 탓이다. 19세기 들어 어디서나 얼음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젤라토는 황금시기를 맞게 됐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으로 젤라토 장인들이 세계 각지로 이주하게 된 20세기, 때마침 발명된 젤라토 기계 덕분에 마침내 젤라토는 전 세계인의 디저트로 각광받게 되었다.
도쿄=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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