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기부자·주요 정파 합의
광고에 최소 2억弗… 성공 장담 못해
누가 총대 맬지 놓고 의견만 분분
미국 공화당을 후원하는 거액 기부자들과 주요 정파가 도널드 트럼프를 대선 경선에서 몰아내기로 합의했으며, 축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축출 작업에 최소 2억달러(2,400억원)의 신문ㆍTV 광고 지출이 예상되고 성공마저 확신할 수가 없어 구체적 방안 마련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의 트럼프 중도 하차 논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와 후원자들이 최근 몇 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전담팀’을 구성해 트럼프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네거티브메시지 개발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주류를 대표하는 이들이 축출 작업에 나선 것은 트럼프의 거친 매너와 지속적인 이민자와 여성 비하 발언으로 공화ㆍ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겨루는 내년 대선 본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신문은 그러나 공화당 내 다수 세력 중 누가, 어떤 방법으로 ‘트럼프 몰아내기의 총대를 맬 것이냐’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엄청난 인지도와 능수능란한 화술을 감안하면, 트럼프에 대한 대중의 정서를 돌려 놓으려면 최소 2억달러 가량을 신문과 TV 정치 광고에 투입해야 한다. 예컨대 보수성향인 폭스TV에만 매주 200만달러가 지출돼야 하고, 대선의 초반 흐름을 가늠하는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서 트럼프를 낙마시키려면 1,000만달러가 별도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화당 선거 전략가들은 물량 작전에도 불구, 트럼프를 제거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 주류가 공개적으로 ‘안티 광고’를 내보내면 트럼프가 ‘기득권 세력이 공격한다’며 역공을 취할 것이고, 제3의 단체를 만들어 우회 공격할 경우에도 ‘워싱턴 로비스트들의 소행’이라고 맞설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화당 안팎의 주요 세력 사이에는 서로 ‘네가 총대를 매라’는 식의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2008년 경선에서 대중영합 행태를 보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주저 앉힌 경력 탓에 이번에도 주역으로 거론되는 ‘성장을 위한 클럽’은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진영에서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진영에서 나서 주길 희망하고 있다. 반면 크루즈 의원과 워커 지사 측은 이미 선거자금이 바닥 난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진영을 쳐다보고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시간이 길어지면 가장 다급한 부시 진영에서 나설 수 밖에 없으며, 부시 캠프에서 최근 내놓은 반 ‘트럼프 동영상’도 이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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