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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진정한 ‘매력남’의 조건

입력
2015.09.0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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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른 세 살 직장인 남자입니다. 제 연애 고민은 바로 연애를 좀처럼 시작을 못한다는 겁니다. 친구들과 비교해봤을 때도 저 정도의 외모나 직장이면 어디 가서 전혀 빠지지가 않고 전 성격 좋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데, 소개팅이나 선을 보러 나가면 처음엔 저에게 호감을 보이다가도 상대방 측에서 슬그머니 거리를 두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그저 남자니까 대화를 이끌고 가기 위해서 저에 대해 열심히 소개했고 요즘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냈던 것뿐인데 다들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그래도 좀 좋은 분위기가 되어 그 후에 만남을 가져도 결국 마찬가지 수순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남자로서 대화를 이끌기 위해서 열심히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 여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고요? 이유가 뭘까요?
남자로서 대화를 이끌기 위해서 열심히 이야기를 한 것뿐인데 여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고요? 이유가 뭘까요?

A 연애하고 싶고, 사랑 받고 싶었지만 지독히도 연애가 잘 풀리지 않던 20대의 어느 날 저도 당신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어 당신의 사연이 유난히 남 일 같지가 않네요. 저 역시 당신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거든요. '난 그래도 멀쩡한 직장도 다니고 있고, 누굴 만나도 대화도 잘 할 수 있고,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이상하다 소리 들을 외모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나 좋다는 사람 하나가 나타나지 않을까' 이런 생각 말이에요. 그런데요,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 호감을 갖게 되고, 기분이 좋아지고, 상대방에게 매혹되며, 그래서 '더 오래 같이 있고 싶고 다음에도 또 만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되기까지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요? 왜 별로 결격사유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는데도 우리는 선택 받지 못하는 걸까요? 그 과정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하나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직장이 멀쩡하고 말도 잘할 수 있고, 이 정도면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정도로는 상대의 마음을 얻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요.

다소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저는 아주 간단한 사건을 통해 왜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지 알게 되었어요. 사건이랄 것도 없었죠. 어떤 부분이든 그다지 빠지지 않는 어떤 한 남자가 저에게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다며 애프터 신청을 했던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남자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더라고요. 중간에서 그 남자를 소개해주었던 친구는 그 남자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 눈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며 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고요. 하지만 저는 그 때 깨달았어요. 누군가에게 매혹되는 일이란 상대방이 이것저것 두루 갖추고 있어서 일어나기보다는, 내가 정말로 선호하고 원하는 어떤 요소를 가진 사람에게 더 일어나기 쉽다는 것을요. 이런 저런 조건을 두루두루 갖춘 건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뽑을 때나 필요한 요소이지, 내가 원하는 건 그저 내가 원하는 두 세 가지의 아주 매력적인 무엇이라는 거죠. 지금 돌아보면 어떤 주제에든 대화가 잘 통하고, 관심사나 인생관이 비슷하다면, 외모가 멋지거나 대단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어도 저는 호감을 느끼고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저는 사람들에게 '잘 생기고 어엿한 남자'를 소개시켜달라고 말하고 다녔으니 제대로 인연이 만나지지 않을 수밖에요. 그러니 당신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첫 번째 조언은, 당신이 얼마나 좋은 조건을 가졌고 그다지 빠지는 조건이 없는 것으로는 우리가 누군가를 매혹시킬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한다는 것이 되겠네요. 내가 어디가 부족해서 인연이 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언가를 내가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안 생긴다는 겁니다. 자신을 원망할 필요도 없고, 상대를 원망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요. 그리고 소개팅처럼 상대방의 조건을 먼저 알게 되는 뻔한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기보단, 당신이 정말로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는 장소에 가서 취미를 즐기거나 사람들과 관계를 넓혀 보는 게 나을 겁니다.

● 드라마 속 ‘소개팅의 안 좋은 예’

마지막으로 당신이 꼭 기억해야 하는 것 한 가지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의 태도에 관한 것이에요. '내가 남자니까 그래도 대화를 리드해야 좋아하지 않을까' 라든가, '나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하면 나에 대해 호감을 갖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은 모두 대화의 기본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에 가까워요. 대화가 잘 통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기 위해선, 단지 열심히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데만 급급하다면 상대방은 당신에 대해 더 불편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죠. 특히나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끼리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하는 대화는 나 위주의 일방적인 것이어서는 절대 곤란하며, 상대방과 마치 즐거운 핑퐁게임을 하듯 해야 합니다. 대화를 리드하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뒤에는 상대방이 자기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건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대해 유쾌하고 관심 어린 질문을 건네는 것이 좋겠죠. 자기 자신에 대해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대화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혼자서 대화를 이끌고 가려고 시종일관 혼자 떠드는 방식으로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호감을 얻기란 힘들 겁니다. 만남을 위한 만남, 소개팅처럼 뻔한 만남을 반복하지 마세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곳으로 가서, 당신을 자연스럽게 열어 보이세요. 그러다 보면 당신이 특별한 조건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자랑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끌리게 되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요?

연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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