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참 신기할 정도다. 홈런왕 박병호(29·넥센)에겐 슬럼프도 없다.
박병호는 2012년 31개의 홈런을 때려 생애 첫 홈런왕 타이틀을 따낸 후 늘 정상에 있었다. 매년 모두가 '올해는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고, 상대팀에선 그를 막아내기 위해 철저한 분석을 준비했지만 그는 오히려 더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올해도 업그레이드됐다. 타율 0.348, 47홈런 131타점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자신의 최고 기록을 쓸 기세다.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4년 연속 홈런왕과 2년 연속 50홈런이 유력하다. '역대 최고'로 꼽히는 2003년 이승엽에도 도전한다. 그 해 이승엽은 56홈런, 144타점을 올려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타점 기록을 남겼다.
삼진이 많다고? 가령 삼진이 70개이고 홈런이 9개인 타자와 삼진 136개에 47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있다고 치자. 당신이라면 누가 되고 싶나. 당연히 후자, 박병호다. 더욱이 박병호는 올 시즌 159안타로 안타 부문에서도 2위에 올라 있다. 그의 한 방은 '영양가'도 높다. 올 시즌 결승타 12개를 때려냈다. 팀 내 1위이자 리그 전체로 보면 공동 3위이다. 득점권 타율은 0.386(127타수 49안타)로 2위다.
NC 테임즈는 MVP 박병호를 더욱 빛나게 해줄 훌륭한 조연에 만족해야 한다. 40홈런-40도루를 바라보는 테임즈도 절대 넘지 못할 벽이 박병호다. 주연과 조연의 한 끗 차이는 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부터 나타난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팀을 위해선 희생도 감내할 줄 알아야 한다. 팀의 중심타자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달 19일 대구 한화전에서 테임즈는 4번 지명타자로 나섰다가 3회 두 번째 타석 만에 교체됐다. 당초 이날 휴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호준이 갑작스럽게 허리 통증을 호소해 경기에 나가게 된 테임즈의 '의욕 없는' 플레이가 김경문 NC 감독에 눈에 띄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문제로 걱정 안 하는 팀이 없다"며 "야구를 (타율) 4할 쳐야만 잘하는 건가. 나는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지난 2012년부터 단 한 번도 홈런왕 타이틀을 빼앗겨 본 적 없는 박병호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슈퍼스타다. 하지만 이런 박병호가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불성실한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있던가. 되려 염경엽 넥센 감독이 "쉬고 싶을 법도 한데 경기에 계속 나가겠다고 한다. 책임감을 보여줘 감독으로선 정말 고맙다"고 칭찬하는 이가 박병호다.
'최우수선수'라는 자리에는 누가 더 어울리는가. 테임즈보다 박병호가 더 높은 이유, 여기에 있다.
사진=넥센 박병호. /임민환기자 <a href="mailto:limm@sporbiz.co.kr">limm@sporbiz.co.kr</a>
김주희 기자(넥센 담당)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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