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34% 수준
탈락 가구 부양의무자도 형편 열악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61)씨는 지난 1월부터 기초생활수급제도에서 탈락해 생계비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함께 사는 아들(32)이 일용직으로 일하게 되면서 약간의 수입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이 근근이 버는 돈은 김씨가 2009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면서 대부업체에서 빌린 수술비를 갚는데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다. 대출금이 연체돼 신용불량자가 되면 아들이 일자리에서도 쫓겨나게 돼 이자만 겨우 갚고 있는데 생계비가 끊긴 것이다.
김씨처럼 직계혈족ㆍ배우자 등‘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있는 사람’(부양의무자)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신청에서 탈락한 1인 가구의 소득인정액은 월 19만5,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인정액은 재산을 월소득으로 환산한 액수에 각종 소득을 더한 액수다. 실제 현금소득은 더 적다는 의미다.
7일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재산기준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가구 중 1인 가구의 소득인정액은 월 19만5,898원으로 최저생계비(61만7,281원)의 34.2%에 불과했다. 2인 탈락가구의 소득인정액은 43만2,246원(최저생계비 97만4,231원), 3인 탈락가구의 소득인정액은 59만8,510원(최저생계비 126만315원)등 모두 가구별 최저 생계비의 50% 에 미치지 못했다.
신청자의 소득이 턱없이 낮은데도 수급자가 되지 못한 것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이 조사는 2013년 1년간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한 4,421가구를 조사한 것으로, 탈락 가구 분석은 최초다. 부양의무자들의 생활형편도 결코 넉넉하지 않았다. 부양의무자의 재산 때문에 탈락한 2,533가구 중 22%(973가구는 부양의무자가 재산만 있었을 뿐 소득은 전혀 없었다.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낮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올해 7월부터 홀어머니가 있는 아들의 소득인정액이 월 297만원(4인 가구)을 넘으면 부양의무자로 보던 기준을 485만원으로 완화했다. 기준 완화로 12만명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탈락하는 사각지대 117만명 중 13%에 불과하고 지난 3년간 수급자격을 박탈 당한 20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최동익 의원은 “부양의무자가 재산이 있더라도 소득이 없으면 부양의무를 지우지 말거나 재산기준을 대폭 상향하는 등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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