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윤은혜의 의상 디자인 표절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해당 의상의 디자이너가 짜깁기를 의심한지 사흘이 지나서야 윤은혜 측은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표절한 적도 없고, 표절할 이유도 없다'는 주장을 강하게 어필했다. 한술 더 떠 윤은혜의 이름으로 브랜드 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염려까지 덧붙였다. 윤은혜의 사태에 부쳐 디자인의 도용부터 유사한 레퍼런스, 오마주는 비단 이번 일만이 아니다. K팝을 선두로 한류가 확산되며 스타들의 아슬아슬한 표절 문제가 문화 콘텐츠 전반에서 터지고 있다. 연예계 스타들의 의상 디자인 표절 흑역사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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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친 윤은혜의 해명
윤은혜는 표절 논란이 제기된지 무려 36시간이 지나서야 공식입장을 내놨다. 윤은혜의 늑장대응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미지가 생명인 그것도 한국 뿐 아니라 중국까지 진출한 한류스타가 시시각각 대응도 모자란데 36시간 만에야 표절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디자인에 참여한 윤은혜가 아니라 소속사 JARMY엔터테인먼트의 이름으로 공식입장을 낸 점도 대중의 등을 돌리게 했다.
윤은혜는 디자인 도용을 강하게 의심하는 아르케 서울의 윤춘호 디자이너가 4일부터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입을 다물고 있다 6일 심야에 보도자료를 냈다. 더욱이 윤은혜의 옷이 중국 방송 당시 최고가인 2,600여 위안(약 49억)에 낙찰돼 단순한 표절 시비를 넘어 국가적 망신까지 초래하고야 말았다. 윤은혜 측은 반박 자료에서 '프릴은 2000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새롭게 표현되는 아이템이다. 디자이너의 의상과 팔의 위치가 흡사하고 흰 색상이 같아 더 흡사해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릴 장식은 빅터앤 롤프, 이자벨마랑, 랑방, 드리스반 노튼을 레퍼런스 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적으로 2008 SS 빅터앤 롤프, 2014 SS 랑방 컬렉션에서 떠올려 코트의 소매를 프릴 장식으로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한 적도 없고 표절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단순한 디자인 표절이 아닌 브랜드 홍보를 위해 윤은혜의 이름을 도용하지 말라는 적반하장 식의 입장에 대중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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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레퍼런스? 오마주? 경계는
윤은혜는 장문의 공식입장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레퍼런스' 삼아 10년간 사랑받은 프릴을 조사했다고 했다. 레퍼런스(reference)란 다른 결과물에서 참고하는 것을 뜻한다. 참고는 했을 뿐 표절이나 도용은 아니라는 말이다.
연예인들의 의상 디자인 베끼기는 이전에도 종종 있어왔다. 특히 여가수들의 화려한 무대 의상은 창의적이기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옷들이 많다. 실제로 무대의상은 유명 패션디자이너나 해외 가수의 옷을 카피한 듯한 의심을 받는다. 소녀시대도 표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4년 KBS '가요대축제' 당시 입었던 흰 블라우스와 빨간 쇼츠 패션은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G)의 2015 SS 컬렉션과 똑같다. 당시 진품이냐 아니냐 부터 표절 의혹까지 팬들 사이에서 불거졌다. 이에 소녀시대의 스타일리스트는 '오마주'라 일축했다. 오마주(hommage)란 브랜드나 디자이너에게 존경을 담아 일부러 모방하는 것을 뜻한다. 소녀시대의 유닛 태티서도 지난해 '할러(Holler)' 활동 당시 입었던 의상 중 일부가 패션브랜드 발망의 올 봄 컬렉션과 단추 갯수만 다를 뿐 디자인과 색상까지 흡사한 요소가 많다. 당시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가 비주얼 디렉터로 참여한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며 도마에 올랐다. 소녀시대는 미쏘니 알렉산더 맥퀸 등 브랜드 컬렉션 뿐 아니라 팝스타 케이티 페리의 공연 의상까지 유사한 디자인의 옷을 자주 입고 나왔다.
카라는 구찌의 수영복에서 리본의 위치만 바꾼 디자인을, 달샤벳과 오렌지 캬라멜은 케이티 페리의 옷을 똑같이 베껴 입고 무대에 섰었다. 애프터스쿨은 모델 프레야 베하의 화보와 유사한 의상으로 일본 앨범 재킷에 사용했다. 이효리와 서인영도 에이미 와인하우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과 비슷한 스타일링으로 대중으로부터 의혹을 받았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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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땐 국가 이미지까지 추락
과거와 달리 디자인의 도용이나 표절이 저작권 침해로 여겨지는 시대다. 윤은혜의 표절 논란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이 지점이다. 만약 윤춘호 디자이너가 이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 간다면 윤은혜 개인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양심을 버린 한류로 왜곡돼 자칫 국가망신이 우려스럽다. 디자인 도용에 관한 문제는 비단 개인 대 개인의 사안이 아니다. 영국브랜드 버버리는 LF의 닥스, 쌍방울에 체크무늬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해 각각 강제조정 및 승소했다. 프랑스 유아동 브랜드 봉쁘앙은 국내 업자를 상대로 위조 및 상품 디자인 도용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패션그룹 형지는 디자인 표절 논란에 시달리다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사과해 마무리 짓기도 했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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