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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CEO 연봉

입력
2015.09.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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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크(1632~1704)는 인간의 자연적 평등권을 주장하면서도 ‘정당한 불평등’ 역시 인정했다. 능력과 성취 등의 차이에 따라 권력과 재화의 배분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감안한 얘기였을 것이다. 전통 방식으로 고래를 잡아 마을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누는 걸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라말레라 마을의 고래고기 분배에서도 불평등은 인정된다. 치명적인 작살을 던졌거나, 바다에 뛰어 들어 마침내 고래의 숨통을 끊은 ‘용사’들에겐 당연히 귀한 꼬리가 돌아가게 된다.

▦ 문제는 사회가 진화할수록 불평등, 특히 경제적 불평등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수준보다 훨씬 커지는 데 있다.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슈퍼클래스라는 책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가장 탐욕스런 자본주의의 시대였던 19세기의 금융 거부 존 피어폰트 모건(1837~1913)조차도 “사장은 많아야 노동자보다 (보수를) 20배 정도만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1950년대에 이미 그 격차는 40배가 됐고, 2007년 현재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연봉은 종업원 평균의 364배에 이르렀다.

▦ 미국 대기업 CEO들과 평균적인 노동자들과의 소득격차는 비단 평균연봉뿐만 아니다. 천문학적인 스톡옵션과 ‘골든 패러슈트(고액 퇴직수당)’같은 급여 외 소득까지 치면 격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처럼 벌어진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2011년 사망)은 2006년 스톡옵션 행사로만 6억4,600만 달러를 벌었고, 액손의 전 CEO인 리 레이몬드는 퇴직 때 3억5,700만 달러를 골든 패러슈트로 챙겼다. 이런 것까지 감안하면 소득격차는 1,000배까지 벌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 사회주의 붕괴 직후인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CEO 보수 급등세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배당 실적에 연동된 미국식 성과급 차원의 보수체계가 국내에서도 적용된 건데, 연봉 수십억 원대의 CEO가 속출한 게 그 때다. 현재 국내 10대 대기업 등기이사 평균연봉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29배 수준인 11억 원이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수긍할 만한 ‘정당한 불평등’을 넘어선 수준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최근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 30% 삭감을 보면서 새삼 CEO 연봉의 적정성을 되짚어보게 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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