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생 확산… 항구서 내륙으로
수입ㆍ유통 과정 허술한 관리 탓
국내에서 자생(自生)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 Living Modified Organisms)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수입ㆍ유통 과정 관리가 시급해 보인다.
9일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은‘LMO 자연환경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자생 유전자변형생물체는 184건이었다. 유전자변형생물체는 2009년 27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집계 이후 최다인 44건이 발견됐다. 품목별로는 농업ㆍ식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옥수수가 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면화가 85건, 유채 6건, 콩 2건이었다.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콩이나 옥수수, 환경 정화용 미생물 등 다른 종의 유전자를 섞거나 변형시킨 생물체를 말한다. 유전자변형식품을 뜻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2008년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LMO법) 시행에 따라 연구 목적을 제외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재배, 배양은 금지돼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생할 수 있었던 것은 수입ㆍ유통과정의 관리부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생 식물 발견은 2009년 인천, 평택항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중됐다가 점차 충북과 경북 등 내륙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국립생태원이 지정한 ‘LMO 중점관리 대상지역’ 17곳은 경기, 충남, 전북, 경남 지역 등 전국에 걸쳐 있다. 이 중 전년도에 이어 지난해에 다시 자생 사례가 보고된 곳도 10곳이나 됐다.
자생 식물은 뿌리 채 수거돼 고온, 고압 등의 방법으로 처리되는데 같은 지역에서 자생 식물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통제가 불가능한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유통ㆍ수입 과정은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LMO법은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이동 시 밀폐 운송하고 취급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돼있다. 농업용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관할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운송과정에서 부주의했던 업체에 대해 형사고발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도로에서 유출되는 씨앗 한 두 개까지 막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유전자변형생물체 수입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 톤을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ㆍ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현장에서는 LMO 곡물을 이렇다 할 조치 없이 일반 트럭에 싣고 운반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며 “특수 용기를 사용하거나 전문 인력 배치로 곡물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정부는 해마다 2억원의 예산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방안은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입부터 항만하역, 식품공장 운송 등 전반에 대해 감독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자생 식물에는 단순히 땅에 떨어져 채취된 개체도 포함되며, 조사지역 확대나 모니터링 기법이 발달하면서 실제보다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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