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무소속 심학봉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징계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윤리특위는 7일 오전 징계심사소위원회를 열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결정을 일단 미루고, 9월 중에 한 차례 더 소위를 열어 최종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까지 오갔다. 심 의원이 속했던 여당 의원들이 본인의 직접 해명 등의 절차를 엄격히 지킬 것을 강조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이런 여당의 태도를 ‘시간 끌기’라고 비난하며 신속한 제명 절차 진행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여당의 절차 준수 주장은 원칙적으로는 틀리지 않는다. 윤리특위 심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 국회의원 윤리 기준에 아무리 어긋난 행위를 했더라도, 본인에게 소명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절차적 요구의 예외일 수는 없다. 만에 하나라도 행위의 비윤리성과 징계 수위의 적절한 균형을 무너뜨린 과도한 징계가 있어서는 안 되고, 노골적으로 절차를 무시하는 입법자들의 행태는 국민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쉽다.
다만 이런 원칙론을 강조하려면, ‘시간 끌기’ 의혹을 씻으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당장 10일부터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마당에 사실상 징계 논의를 국감 종료 이후로 미루고 보자는 것은 적잖이 이상하다. 금명간에라도 심 의원을 소위에 불러 의견을 듣고 즉각 최종 결정에 임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혔어야 한다.
더욱이 심 의원 문제는 원칙론적 ‘절차의 완성’을 곧바로 들이대기에는 그 성격이 부적절하다. 여느 사안과 달리 본인의 소명에 따라 징계심사의 내용과 결과가 달라질 게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야당의 주장처럼, 심 의원 문제는 이미 드러난 것만으로도 윤리특위가 징계심사에 나서기에 충분하다. 앞서 경찰은 대구의 한 호텔에서 4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심 의원을 조사했지만, 여성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보냈다. 심 의원이 강압적 수단을 썼는지, 회유나 협박으로 여성의 진술 번복을 불렀는지는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서만 그 실체가 분명해진다.
따라서 애초부터 윤리특위가 심사하려는 것은 강압이나 회유 여부가 아니라 국회가 열린 시간에 배우자 아닌 여성을 호텔로 불러 성관계를 가진 불륜행위와 직업적 비윤리성이었다. 이는 성폭행 의혹의 실체와는 무관하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위원장 손태규)가 앞서 심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만장일치로 결정, 이를 윤리특위에 권고한 사실도 이미 국민 뇌리에 박혔다.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국민적 불신만 커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