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새로운 스마트워치 기어S2를 정식 공개했다. 조금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단, 삼성전자가 그동안 만들어온 신제품 공개 패턴에 어긋난다.
최근 몇 년 간 삼성전자는 9월 초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 IFA를 통해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선보여왔다. 그런데 이번엔 갤럭시노트5가 지난 8월에 조기 출시된 터라, IFA 2015의 주인공 자리가 비게 된 것.
그 자리를 잽싸게 차지한 제품이 바로 삼성전자의 첫 번째 '원형 스마트워치'인 기어S2다. LG전자 화웨이, 에이수스 등 다양한 업체들이 스마트워치를 선보였지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삼성전자였다.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진행된 제품 공개 행사를 지켜보고, 현장에서 직접 기어S2를 만져본 소감을 전하자면 매우 훌륭하다. 여태까지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에게 가졌던 인상은 모두 버려도 좋을 정도다. 기어S2는 삼성의 일곱 번째 스마트워치다. 그간 높은 스펙과 다양한 기능을 자랑하는 스마트워치를 여섯 가지나 출시해 왔지만, 시장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
오히려 후발 주자인 애플이 애플워치 출시로 단번에 시장 선두자리를 거머쥔 상황이다. 사실 스펙이나 기능만 놓고보자면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가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제공했는데 말이다. 두 제조사간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시계'의 장르에 대한 이해였을 것이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만들며, 아이폰과는 전혀 별개의 물건으로 인식했다. 시계만을 위한 사용자 환경을 만들었으며, 애플워치의 작은 화면 속에서 아이폰과 같은 조작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장 경량화된 사용자 환경과 패셔너블함이 성공의 이유였다는 이야기다.
반면, 기어S를 포함한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는 갤럭시S시리즈를 손목에 옮겨놓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투박한 대형 디스플레이 안에서 키보드를 열어 문자를 입력할 수 있었고, 초기작의 경우엔 카메라를 탑재하는 등 여러 무리수를 뒀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워치로 변모하며 덜어내야 할 것들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어S2는 다르다. 동그란 원형 디자인도 한결 시계다운 모양새를 갖췄다. 또, 단순히 디자인을 위해 원형 페이스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시계 디스플레이를 감싸고 있는 동그란 베젤을 이용해 기가막히게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자 환경을 제공한다.
베젤을 돌리는 방식은 손으로 화면을 가리지 않고 물리적인 반응을 맛보며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동그랗게 나열된 앱 아이콘을 하나하나 돌리며 쉽게 선택하고, 화면을 확대하거나, 메일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링한다. 마치 PC에 달린 마우스를 조작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원형 디스플레이를 백분 활용해 작은 화면을 넓게 활용한 점도 훌륭하다. 내 주변의 식당이나 병원 등을 찾아주는 여행정보 앱을 실행하면 화면 테두리에 시계눈금처럼 아이콘이 둘려 있다. 베젤을 돌려 원하는 아이콘을 선택하면 된다. 기본 제공되는 피트니스 앱은 24개의 눈금을 적용해 하루의 활동량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사용 환경을 깊이 고민하고 만든 흔적이 엿보인다.
이 외에도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나 교통카드 기능 등 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편리기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제품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는 개방성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마트워치 히트작이 없었던 안드로이드 진영에 드디어 분위기를 바꿀만한 제품이 등장한 것이다. 잇따라 좋은 제품이 등장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마트워치 시장이 점점 무르익고 있다. 결국은 사용자와 제품간의 줄다리기다. 기술적인 혁신과 실생활의 편리함이 만나는 곳에서 진짜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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