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Conversation (회화의 비법)
독자 한 분이 ‘잠수 타다’를 영어로 무어라 하는지 물어왔다. 그가 제시한 문장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영어였다. 'He decided to go underwater’처럼 직역한 예나 ‘He’s hiding himself’, ‘He just disappeared’, ‘He’s laying low for now’도 있었다. 이런 문장들로는 ‘그가 잠수를 탔다’는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에는 연인이나 지인과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를 반영하여 영어에서는 ‘He’s ghosting’ ‘He’s ghosting me.’ 라고 말한다. ‘유령처럼 보이지 않게 지내다’가 핵심이고 요즘 말로 ‘잠수 탔다’는 뜻이 된다.
굳이 ‘잠수 타다’의 한국식 영어 용례를 찾아본다면 ‘a douche move’ 라는 어구가 있는데 이는 ‘물벼락을 맞은 것처럼 급작스럽게 위축된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외에는 ‘leave a social gathering’ ‘avoid meeting people’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구어체의 실감나는 표현으로는 역시 ‘to ghost’가 가장 적합하다. ‘나는 잠수타기로 했다’는 말은 ‘I have decided to ghost’라고 말한다.
실제 대화를 보자. ‘A: Have you seen John lately? B: No, he went ghost on me’가 가능하다. ‘X ghost Y’ ‘X is going ghost’ ‘X is ghosting on me’도 있다. ‘잘 가요, 나도 이제 가봐야겠습니다’라고 말할 때도 ‘I’m leaving now’ 대신 ‘I’m history’ ‘I must be off’ ‘I am ghost’처럼 말한다. ‘Hey, cops are here, we gotta ghost’(경찰이 왔다, 빨리 사라지자)처럼 쓰이는 속어도 있다. ghost의 쓰임은 ‘나한테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I got ghosted) ‘나는 약속 장소에서 바람맞았다’(I got stood up) ‘그가 나로부터 잠수를 탄 것 같다’(He seems to be ghosting me) 같은 말들을 비교하면 더 명확해진다. 물론 ‘He seems to be avoiding me’처럼 말해도 아쉬운 대로 의미는 통하지만 정확한 번역은 아니다.
영어에서 ghost는 한국의 젊은 층에서 말하는 ‘썸타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어젯밤 bar에서 만난 여성과 소리 없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면 ‘I ghosted last night’ ‘I saw a ghost last night’이라고 대답한다. 연인들이 처음 관심을 갖고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주위 사람과 연락이 뜸해지는 것을 말할 때도 ‘They are ghosting now’라고 말한다. ghost는 연인 관계에서 절연(breakup)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연인 관계의 시작에서 ‘연애하느라 나머지 지인들과 뜸해지다’는 맥락에서도 쓰이는 것이다. 어쨌든 ghosting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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