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없이 공격 누구나 쉽게 참가
초·중등 정규 체육과목에 편성
배려심 등 인성 함양에도 도움
궂은 날씨에 빗줄기까지 오락가락했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초등학교에 이른 오전부터 모여 든 남녀 초등생들은 폼 나는 유니폼까지 갖춰 입고 캐치볼로 몸을 풀었다. 이 학교 6학년 정혁진(12)군은 “쉬는 날이지만 토요일에 학교 나오는 게 가장 즐겁다”며 활짝웃었다.
바로 정군이 주장으로 몸 담고 있는 티볼 수업이 있는 날이다. 문화체육관광부ㆍ교육부ㆍ국민생활체육회가 운영하는 ‘신나는 주말생활체육학교’에서 문래초등학교 학생들은 야구와 티볼을 즐기고 있다. 티볼은 대체적으로 야구와 비슷하나 배팅 티에 공을 얹어 놓고 친다는 점이 야구와 가장 큰 차이다. 야구의 흥미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스포츠다. 때문에 엘리트 스포츠를 배제하고 전통적인 학교 체육으로 성장한 종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도에 티볼협회가 창립돼 학교 체육을 대상으로 보급을 시작, 티볼 대회와 강습회 등을 통해 홍보와 활성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08년부터 초등 5학년 과정과 중학교 2학년 과정에 정규 체육과목으로 편성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매년 유소년 티볼 대회를 개최하는 등 저변 확대는 빠르게 이뤄졌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만큼 인기가 높은 종목이다. 문래초등학교에서도 30명 선발 정원에 70명의 지원자가 몰릴 만큼 강좌 개설 전부터 열기는 뜨거웠다.
무엇보다 티볼의 장점은 남녀가 혼성으로 팀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문래초 티볼 팀도 총 15명 가운데 3명이 여학생들로 이뤄졌다. 여성들의 야구 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투수가 던지는 공을 치기에는 버거운 초등 여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4학년 김민솔(10)양은 “남녀 차별 없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서 좋은 종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이곳에서 티볼을 지도하고 있는 신한빛(29) 강사도 “안정성을 갖춘 운동이라 초등 여학생들도 두려움 없이 다가가 즐거워하고 있다”면서 “체력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단체 운동을 통한 결속성과 협동심, 상대방을 위한 배려 등 인성 함양에도 적극 추천하고 싶은 운동”이라고 티볼의 매력을 소개했다. 문래초 티볼 팀은 생활체육으로 시작했지만 각종 대회에도 출전할 만큼 기량이 향상됐다. 현재 티볼은 KBO를 비롯해 일부 프로야구단, 시ㆍ도 교육단체가 주최 대회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정혁진군은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점점 실력이 느는 재미에 티볼에 빠지게 된다”면서 “얼마 전 서울 대회에서는 우리학교가 2위를 했다. 성적에 따라 올해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공동기획:국민생활체육회-한국일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