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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얼굴들

입력
2015.09.0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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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약속이 있어 대학로에 나갔다. 조금 일렀다. 근처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었다. 이어폰에선 ‘마이 웨이’가 흘러나왔다. 스마트 폰으로 시간만 확인하곤 고개를 들고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삼십 대 젊은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선글라스를 꺼내 꼈다. 가을볕이 부시기도 했지만, 티 나지 않게 사람들 얼굴을 살펴보고 싶어진 거다. 예쁜 사람도 잘 생긴 사람도, 흉악해 보이는 사람도 슬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짐작이 가는 사람도, 도통 감이 안 오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예쁘게 생긴 사람에겐 외려 시선이 오래 머물지 않았다. 어딘가 판에 박힌 듯한 느낌 탓이었다. 미감보다는 무슨 정형화된 패턴이 읽히는 것 같았다. 시선이 오래 머문 건 왠지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딱히 특이하게 생겨서가 아니었다. 삶의 깊은 우물 속에 오래 담겨 있다가 고개를 든 지 얼마 안 된 듯, 어딘가 서먹하고 낯선 분위기의 얼굴.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서려 있고, 호감이 가면서도 왠지 혐오스럽기도 한 얼굴이었다. 고등학생 중에도 있었고, 젊은 아가씨 중에도 있었다. 길어야 1~2초에 불과했지만, 그 얼굴에게서 뭔가를 배울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선무당 놀이한 지 10분 여. 친구가 도착했다. 자리를 옮기며 누가 우릴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아 짐짓, 등이 시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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