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베이징서 비공개 토론
미국과 중국이 올해 초 고위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 참가하는 이른바 ‘1.5 트랙’ 만남을 통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중ㆍ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막기 위한 포괄적인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6일 이 연구소 산하 퍼시픽 포럼과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이 올 2월 베이징에서 개최한 비공개 토론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 양국의 전ㆍ현직 관료와 학자, 군 당국자 80여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에서 넘어서는 안될 ‘금지선’(레드 라인)을 확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공동 대응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CSIS는 올해로 9번째인 이 행사에서 북핵과 관련해 ‘역대 가장 훌륭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을 막기 위해 지난해 이후 줄곧 북한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미국 측에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 전이를 막기 위해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는 중국 참석자 발언을 소개했다. 또 북한의 중ㆍ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런 노력에 따른 것이라는 중국 측 설명도 덧붙였다.
양국은 그러나 북핵 위협 수준과 해법에 대해서는 입장 차를 드러냈다. ‘북핵이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미국 평가에 일부 중국 참석자들이 동의했으나, 대부분의 중국 측 관계자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는 상황을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미국은 북한 붕괴 가능성을 상정하고 유사시 북핵 확산을 막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중국은 ‘가까운 장래 북한 붕괴는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 보다는 북한이 한국을 협박하고 수시로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핵 관련 정책 담당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극소수”라며 “북한이 핵무기가 ‘억지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자만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거나 재래식 전쟁을 감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한반도 대치 상황과 6자회담 재개 문제에서는 북한을 두둔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의 핵 보유는 한국이 미국 핵 억지력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반응일 뿐이며, 한미 군사훈련이 한반도 긴장수위를 높여 북한의 민감한 대응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과 북미 대화재개를 권고했으나, 미국 측 참석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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